올 시즌 리그에서 첫 20승 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도 1점대다. 다른 때 같았으면 사이영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법한데 아직까지 전망은 불확실하다. 제이크 아리에타(29, 시카고 컵스)의 이야기다. 잭 그레인키(32, LA 다저스)라는 또 하나의 역대급 선수에 묻힌 불운 케이스로 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리에타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경기에서 9이닝 3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완봉 역투를 펼치며 시즌 20승(6패)째를 따냈다. 아리에타 개인 첫 20승 달성이자,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첫 20승 투수로 등극했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1.96에서 1.88까지 낮추며 환상적인 성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리에타는 216이닝을 던졌고 220개의 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이런 아리에타는 컵스 프랜차이즈로는 2001년 존 리버 이후 첫 20승 투수가 됐다. 18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는 1933년 론 워너크(17경기)의 기록을 뛰어 넘는 컵스 역대 최고 기록이다. 리그 전체로 봐도 아리에타의 이런 성적은 단연 눈에 들어온다. 다승 부문에서는 1위이며, 평균자책점은 2위, 소화이닝 1위, 탈삼진 3위,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0.90) 3위다.

아리에타는 후반기 13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0.86을 기록, 1920년 이후 MLB 최고 기록을 쓰고 있다. 종전 이 기록은 2012년 크리스 메들렌이 세운 0.94였다. 노히터 경기가 한 차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성적에도 불구하고 사이영상 수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올 시즌 18승3패 평균자책점 1.65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그레인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레인키의 평균자책점은 1969년 이후 5위 기록에 해당한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사이영 예상 프로그램에 의하면 아리에타는 204.3점을 기록,그레인키(206.8점)에 뒤져 있다.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뒤질 것은 없는데 그레인키는 지구 선두 팀 소속이라는 보너스를 받아 1·2위가 뒤집어진 모습이다. 실제 그레인키가 이 정도 평균자책점을 유지할 경우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박빙 승부가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아리에타의 수상을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MLB 역사에서 1.90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내지 못한 마지막 선수는 1968년의 샘 맥도웰이었다. 당시 맥도웰은 1.8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나 루이스 티안트(1.60)에 밀려 2위에 그쳤다. 아리에타도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타이틀을 수상하지 못할 매우 ‘불운한’ 처지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모두 거머쥐고도 사이영상을 수상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1985년 존 튜더(당시 세인트루이스)는 21승8패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으나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드와이트 구든(뉴욕 메츠, 24승4패 평균자책점 1.53)에 밀렸다. 1990년 1.93의 평균자책점으로 타이틀을 차지한 로저 클레멘스(당시 보스턴, 21승6패)도 27승을 거둔 밥 웰치(당시 오클랜드)에 밀려 수상에 실패했다. 아리에타로서는 그레인키를 만난 것이 불운이라면 불운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