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최악의 환경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두산은 지난 24일 사직구장에서 있었던 롯데와의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4연승을 달렸다. 같은날 넥센이 목동에서 SK에 패하며 4위 두산은 3위 넥센과의 승차를 1경기로 줄였다. 23일 경기 우천 취소로 더블헤더가 생기며 어려울 것만 같았던 3위도 이제는 가시권에 들어왔다.
4연승 과정에서 두산은 엄청난 수확물을 챙겼다. 우선 4연승 자체가 최고의 선물이다. 지난 19일만 하더라도 두산은 넥센에 3경기 뒤져 있었다. 하지만 이후 4연승을 거둬 넥센의 거의 따라잡았다. 앞으로 넥센과의 맞대결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한 번에 크게 격차가 벌어질 일도 없게 됐다.

두 번째 소득은 공수의 키가 될 수 있는 오재일, 윤명준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3-0으로 앞서던 1차전 1회초 병살타로 이닝을 끝내 공격 흐름을 끊었던 7번 오재일은 2차전에 3번타자로 나와 6회초 3-3 동점을 만드는 투런홈런으로 마음의 빚을 갚았다. 그러면서 중심타자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오재일은 처음으로 3번 타순에 배치된 경기에서 홈런과 2루타로 5타수 2안타 2타점을 거둬 앞으로도 중심타자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윤명준 역시 활용도가 높아졌다. 2차전에 등판한 그는 2⅓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 피칭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퓨처스리그에 한 번 다녀온 뒤 확실히 달라졌다. 9월 평균자책점은 무려 0.71(12⅔이닝 1실점)이다. 9월 성적의 대부분이 추격조로 활용되며 거둔 성적이지만 최근에는 필승조 임무도 맡고 있다. 겁 없는 피칭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우뚝 섰던 2013년 가을의 향기마저 풍기고 있다.
막내와 최고 베테랑의 활약으로 2승을 가져와 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 것은 세 번째 부수입이다. 1차전 두 번째 투수 함덕주는 숱한 위기를 넘겼다. 2⅔이닝 2피안타 4탈삼진 2볼넷 무실점 홀드. 아이스박스를 끌고 다니는 투수조 막내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셋업맨이 되어 불펜을 이끈다. 최고참 홍성흔은 2차전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으로 KBO리그 7번째 3000루타라는 개인 기록도 챙겼다. 팀 분위기를 챙겨야 할 홍성흔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살아나는 점은 확실한 호재다.
주전 포수이자 중심타자인 양의지의 건재를 확인한 것이 마지막 수확이다. 1차전에는 9회말에만 잠시 마스크를 썼던 그는 2차전 대타로 출전해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결승 투런홈런을 작렬시킨 것을 포함 2타수 1안타 2타점으로 승리에 기여했고, 경기 끝까지 마스크를 쓰며 홈 플레이트를 지켰다. 목에 담 증세가 있어 최근 계속 선발 라인업에 오르지 못했으나 홈런 한 방으로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1차전에서 상대 선발 조시 린드블럼에 막혔다면 자칫 2패를 당하며 3위와 완전히 멀어질 수도 있었다. 이닝이터인 린드블럼이 7이닝 이상을 책임지면 2차전 불펜 싸움에서도 롯데의 우세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은 선발 이현호가 잘 견디는 사이 타선이 초반 공략에 성공해 린드블럼을 잡았다. 그리고 내친 김에 2차전까지 쓸어 담았다.
마운드의 힘으로 1차전을 지켜내자 2차전에는 타자들이 힘을 내줬다. 특히 필요할 때마다 홈런이 나왔고, 그것이 해줘야 할 선수들의 손에서 터져나왔다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다. 시즌 첫 3선 선발 출장한 오재일이 동점을 만들자 통증을 참고 나온 양의지가 경기를 뒤집었고, 롯데의 추격의지는 최고참 홍성흔이 만루홈런으로 손수 꺾었다. 이날 하루만 보자면 전형적인 '되는 집안'의 모습이었다. 기적의 4연승을 거둔 두산이 3위 탈환이라는 또 한 번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