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죄송하다. 몸관리를 잘했어야 하는데…".
정규 시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전력에서 이탈하게 된 구자욱(삼성)은 한숨을 내뱉었다. 20일 사직 롯데전에 1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구자욱은 4회 타격 도중 옆구리 근육에 이상을 느꼈고 4회말 수비 때 박찬도와 교체됐다. 올 시즌 두 번째 1군 엔트리 제외. 구자욱에게 당시 상황을 묻자 "경기 전부터 몸이 무겁고 근육이 뭉친 것 같았다. 4회 몸쪽 승부를 하다가 통증을 느꼈다. 지난 번 다쳤을때보다 통증이 더 심했다. 죽을 만큼 아픈 건 아니었지만 스윙할때 통증이 심했다. 상태는 비슷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데뷔 첫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피로가 누적돼 부상을 당하게 된 건 아닐까. 구자욱은 "나만 피곤한 건 아니다. 다들 마찬가지"라며 "데뷔 첫 풀타임을 뛰다보니 몸관리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죽어라 뛰어야 하고 나가면 악착같이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몸관리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복귀 후 5일 만에 전력에서 이탈하게 된 아쉬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정말 속상했었다. 마인드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좀 더 아쉬운 건 타격감이 아주 좋았는데 이렇게 빠지게 돼 팀에 정말 미안하다".

무엇보다 정규 시즌 우승의 순간에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속상하다. "정규 시즌 우승의 순간에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제일 속상하다. 몇년간 TV로만 봤는데 올해 만큼은 갈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됐으니 그게 가장 아쉽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티셔츠를 입고 모자도 쓰고 사진을 찍는 게 참 부러웠다. 그토록 바라던 장면이었는데…". 구자욱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국군체육부대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고 올 시즌 복귀한 구자욱은 채태인, 박한이, 박석민 등 주축 타자들의 부상 공백을 잘 메우는 등 타율 3할4푼9리(410타수 143안타) 11홈런 57타점 97득점 17도루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구자욱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처음에는 되게 어려웠다.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전훈 캠프 때 잘하고 4,5월 부진하다가 6월부터 잘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5월 들어 정신이 나태해졌다. 문득 '이렇게 하다가는 2군에 가겠구나' 하는 위기 의식이 느껴졌다. 그때 김한수 타격 코치님의 도움 속에 타격 자세를 바꾸게 됐다. 내가 나태해질때마다 김한수 코치님께서 혼도 많이 내셨다. 그때부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하게 됐다. 타격 자세를 바꾸면서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6월부터 잘됐는데 그땐 좀 뭐랄까. 이제 뭔가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 무작정 방망이만 휘둘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1번 타자로 출장하면서 자신감이 커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확실한 내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즌 초반에 부진했던 게 가장 아쉽다. 수비 문제도 아쉽다. 평범한 걸 많이 놓쳤다. 이 모든 게 나의 노력 부족이다. 비시즌 때 진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즌 내내 구자욱의 송구 동작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구자욱은 "송구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남들이 봤을때 못한다고 그럴때마다 나는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박석민 대신 핫코너를 지키며 실책을 연발했던 것을 두고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못던져도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했다. 어차피 나는 원래 잘 던지지 못하는데 잘 던지면 좋은 것이지만 못 던져도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했던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공이 관중석에 들어가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내야 수비보다 외야 수비다 더 편하다"는 게 구자욱의 말이다. "내야는 긴장감이 있는 반면 외야는 타구를 처리하는데 여유가 있다. 모든 건 내 노력 부족이다.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하는 게 내 몫이다".

구자욱은 7월 모 탤런트와 열애설에 휩싸였다. 당시 구단 안팎에서는 구자욱이 부진의 늪에 빠질까봐 우려했던 게 사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구자욱은 후반기 타율 3할8푼2리(152타수 58안타) 2홈런 19타점 41득점 5도루의 맹활약을 펼쳤다. 역시 멘탈갑다웠다. 구자욱에게 조심스레 열애설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그때 (열애설이) 터지자마자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었다. 이제 경기도 못 나겠구나 싶었는데 이제 여기서 못하면 끝장난다는 각오로 뛰었다.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모든 비난이 쏟아질테니까. 정말 올 시즌 가운데 가장 집중했던 것 같다".
구자욱에게 '올 시즌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잠시 망설인 뒤 "방망이는 정말 자신있었다. 전훈 캠프 때 잘하다가 정규 시즌 때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조건 3할 타율을 기록하겠다는 마음으로 했다. 타율은 3할5푼 가까이 쳤으니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야구에 만약이란 건 없지만 시즌 초반에 제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높은 타율을 기록했을텐데 조금은 아쉽다. 홈런은 10개 이상 못 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초반에 홈런이 잘 나왔다. 앞으로 홈런에 대한 욕심을 좀 더 가지면 더 많이 칠 수 있을 것 같다. 타격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면 2개월간 부진했으니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수비와 주루 부문은 기대 이하. 구자욱은 "수비는 빵점이다. 진짜 빵점을 줘야 한다. 주루는 50점을 주고 싶다"면서 "그러고 보니 점수를 줄 게 별로 없다. 한편으로는 점수를 많이 준다는 건 그만큼 만족한다는 의미이기에 그럴 수는 없다. 세상에 만족이라는 건 없다. 만족하는 순간 끝장이다. 올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한층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프로 선수로서 기본적인 의무"라고 말했다.
삼성은 10개 구단 가운데 전력 분석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져 있다. 삼성 SDS 대표 출신 김인 사장이 라이온즈의 수장으로 취임한 뒤 통합 전략 야구정보시스템 개발을 이끌었다. 2011년 4월부터 1년간 개발비 35억원과 프로그래머 40여명이 투입돼 새로운 시스템인 스타비스(STABIS)가 완성됐다.
스타비스는 경기 전력 분석은 물론 선수 정보, 스카우트를 포함해 구단 전체 업무를 아우르는 통합정보시스템이다.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선수들은 과거 특정 시점의 본인 출전 경기 동영상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활용할 수 있다. 심지어 부상 선수의 의료영상 기록도 체크할 수 있다. 선수들이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경기기록과 영상을 받아볼 수 있다.
구자욱은 모범생답게 스타비스를 잘 활용하고 있다. 그는 "(스타비스를) 자주 본다. 예전에 쳤던 영상을 보면서 무엇이 좋고 나쁜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이곳에서 재활하면서 틈날때마다 보면서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겠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몸상태다.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끌어 올리겠다. 이제 죽기 살기가 아닌 죽을 각오로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1군 무대 데뷔 첫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구자욱은 "많은 분들의 도움 속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보은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아니 잊어서는 안된다.
"부모님께 좀 더 잘 해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틈날때마다 부모님과 식사도 자주 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게 가장 아쉽다. 올 시즌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 부모님께 우승 반지와 우승 보너스를 다 드리고 싶다. 지금껏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 여행 한 번 보내드릴 생각이다. 어머니는 지금껏 해외 여행을 가보신 적이 없다. 둘째 아들이 성공해서 호강시켜드리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 반드시 지키겠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야구로 성공해 더 큰 선물을 많이 해드리고 싶다. 모든 걸 해드리고 싶은 게 자식의 마음 아닐까".
그리고 구자욱은 "도와주신 분들이 아주 많다. 한 분 한 분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류중일 감독님과 김한수 코치님께 가장 감사드린다. 감독님께서 나를 믿고 기회를 많이 주셨고 김한수 코치님은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정규 시즌)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구자욱은 "과분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 정규 시즌 종료까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떨쳐내겠다"고 통합 5연패 달성을 다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