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국력’ SK 선발진, 5위 운명 쥐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25 13: 10

5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은 SK가 남은 8경기에서 굳히기에 들어간다. 모든 선수들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 중에서도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며 등판해야 할 선발투수들의 몫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다. 벤치의 세심한 투구수 관리, 적절한 투수 교체 타이밍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SK는 2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터진 타선의 힘을 앞세워 12-4로 이기고 전날 영봉패 수모를 되갚았다. 여기에 전날까지 5위를 기록하고 있던 롯데가 사직에서 열린 두산과의 더블헤더 두 경기를 모두 놓치는 바람에 1.5경기차 5위로 올라섰다.
남은 경기에서 SK가 5할 승률(4승4패)를 기록하게 된다면 5위 경쟁자들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이 경우 롯데는 잔여경기에서 5승1패를 기록해야 하며, KIA는 6승3패, 한화도 6승2패를 거둬야 SK를 추월할 수 있다. SK가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면 사실상 5위 티켓과 가까워진다. 객관적인 전력과 시즌 전 전망을 고려하면 아쉬운 순위지만 SK는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일단 무조건 5위를 잡아야 한다.

최정의 부상 이탈에도 불구하고 타선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승리에 필요한 점수 정도는 꾸준히 뽑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불펜 전력도 탄탄하다. 박정배 신재웅 윤길현 정우람의 필승조에 최근에는 전유수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박희수의 컨디션도 점차 올라오는 중이다. 롱릴리프 자원(채병룡 고효준)도 부족하지는 않다. 결국 남은 것은 선발투수들이다. 앞으로의 등판 일정을 고려하면 경기를 만들어가야 할 선발들의 임무가 매우 막중해졌다.
김용희 SK 감독은 선발투수 4명으로 잔여경기를 치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중간중간에 있는 휴식일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마운드의 체력 관리는 타 팀에 비해 비교적 잘 되어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실제 SK 선발진은 최근 4인 로테이션(김광현, 메릴 켈리, 크리스 세든, 박종훈)으로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체력적인 부담이다.
4일을 쉬고 던지는 것과 5일을 쉬고 던지는 것은 체력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성적도 보통 4일 휴식 후 등판이 더 좋지 않다. 만약 낮경기가 낀다면 3.5일 휴식 후 등판이 돼 체력적인 소모는 더 커진다. 구위에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다. SK 선발진도 체력 관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김용희 감독의 구상대로라면 남은 경기에서 모두 4일 휴식 후 등판을 가져야 한다.
이미 크리스 세든과 김광현은 4일 휴식 후 등판 일정을 시작했다. 세든은 15일 대구 삼성전 이후 4일을 쉬고 20일 인천 KIA전에 나섰다. 이어 또 4일을 쉬고 25일 인천 삼성전에 나서며, 시즌 나머지 등판도 4일 휴식 후 등판이 유력하다. 김광현 또한 상황이 같다. 박종훈도 직전 등판인 23일 목동 넥센전이 4일 휴식 턴이었으며 켈리 역시 24일 목동 넥센전이 그랬다. 시즌 막판까지 3~4경기 연속 4일 휴식 후 등판이 불가피한 일정이다.
23일 경기에서 대체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채병룡과 고효준을 롱릴리프로 활용한 SK는 윤희상의 부상 이탈로 5선발감이 마땅치 않다. 선발 4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 어쩔 수 없는 4인 로테이션 승부수라면 투구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투수는 “110구 이상을 던지고 4일 휴식 후 등판은 힘이 들 수밖에 없다. 반면 100개 이하로 던진다면 시즌 막판임을 고려할 때 4일 휴식 후 등판도 아주 큰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테면 세든은 20일 인천 KIA전에서 6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졌다. 이 경우는 4일 휴식 후 등판의 부담이 적다. 김광현도 21일 인천 KIA전에서 94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휴식 시간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그러나 계산이 꼬이면 골치 아프다. 24일 목동 넥센전에서 켈리는 117개의 공을 던졌다. 이 경우 4일 휴식 후 등판이 쉽지 않다. 던지더라도 정상적인 구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관계자는 “10-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켈리를 6회 올렸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SK 불펜이 약한 것도 아니고 대기 인원도 있었다. 선수 옵션과도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SK 벤치가 90개 이하를 던진 켈리를 5회 마치고 교체 해줬다면 다음 등판도 수월했을 것”이라고 의아해했다. 벤치가 전후사정을 모두 고려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지만 좀 더 정교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뜻으로는 받아들일 만하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