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 구단과 팬들의 속을 태웠던 앤드류 브라운(31, SK)이 시즌 막판 살아나고 있다. 그간의 아쉬움이 너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이렇게 해준다면 SK 타선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브라운은 2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1회 넥센 선발 김상수를 상대로 중월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이날의 결승타를 기록했다. 전날 0-10의 영봉패 수모를 당해 분위기가 처져 있었던 팀에 활력을 제공하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시즌 27호 홈런. 떨어져 있었던 홈런 페이스를 다시 살린 것도 개인적으로는 큰 수확이었다.
27개의 홈런은 단연 팀 내 1위이자 리그에서도 9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홈런만 놓고 보면 브라운은 크게 나무랄 것이 없는 성적을 내고 있다. 시즌 전 구단의 기대치에도 부합하는 성적이다. 그러나 타점에서는 73타점에 그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득점권 타율이 너무 저조한 탓이다. 브라운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2할2푼6리에 불과하다. 타율도 2할5푼5리로 많이 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득점권 타율이 클러치 히터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실제 WPA 등의 지표를 보면 브라운은 전체적인 득점 생산력에 비해 클러치 상황에서 더 강한 타자였다는 것이 나타난다. 그래도 득점권 상황에서 약하다보니 SK 타선의 맥이 자주 끊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타순이 중심타선에 고정되지 못하고 1번이나 하위타선으로 자주 바뀐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스스로도 답답해했지만 이 숫자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브라운이 최근 ‘해결사’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19일 인천 KIA전에서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탠 브라운은 20일 인천 KIA전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대타로 나서 쐐기타를 날렸다. 3-2로 쫓긴 6회 1사 만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세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여기에 24일 경기에서도 기선을 제압하는 홈런포를 기록하며 코칭스태프를 활짝 웃게 만들었다.
사실 득점권에서의 문제만 빼면 브라운은 여전히 나쁘지 않은 타자다. 언제든지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일발장타에 대한 두려움은 유효하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팀에 헌신하고 있다. 본 포지션은 우익수지만 1루수를 겸업했고 최근에는 3루수까지 소화하는 등 보이지 않는 가치가 크다. 최정의 부상에도 SK가 라인업을 유동적으로 짤 수 있었던 것은 브라운의 힘이 적잖았다.
득점권 타율은 결국 큰 표본으로 확대됐을 때는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이론이 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근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고 9월 15일 이후 열흘간 득점권 타율은 6할에 이른다. 막판 기세를 탄 만큼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에 귀한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가 바로 브라운이다. 한 차례 기분전환을 한 브라운이 뒤늦은 해결사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렇다면 SK는 5위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