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⅓이닝 1피안타' 노경은 역투, 두산 패배 속 큰 위안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9.25 22: 01

마치 두산 베어스의 토종 에이스였던 2012년 혹은 2013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노경은(31, 두산 베어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피칭이 나왔다.
노경은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의 경기에 구원 등판해 5⅓이닝 1피안타 4탈삼진 4볼넷 1실점 호투했다. 1⅓이닝 6실점하고 일찍 물러난 선발 장원준을 대신해 선발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5.60이던 평균자책점도 5.19로 크게 내렸다. 팀은 4-10으로 패했지만 팀에 위안을 주는 값진 투구였음은 분명했다.
팀이 2-6으로 뒤지던 2회초 1사 1루에 마운드를 이어받은 노경은은 첫 타자 댄 블랙을 유격수 땅볼 유도해 병살 처리하며 이닝을 넘겼다. 그리고 7회초 2사 블랙의 타석 전까지 안타를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1실점은 블랙을 좌전안타로 출루시킨 뒤 바뀐 투수 진야곱이 대타 김상현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생긴 것이다.

유일하게 큰 위기를 겪은 것은 4회초가 유일했다. 노경은은 1사에 오정복, 이대형, 앤디 마르테를 3연속 볼넷으로 출루시켜 1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후속타자 블랙을 상대로 2루 땅볼을 만들어내 이번에도 병살로 엮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초와 6회초는 삼자범퇴 이닝이었다.
이날 노경은이 소화한 5⅓이닝은 이번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이닝이었다. 86개였던 투구 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날 사직에서 롯데와 더블헤더를 치르며 마운드 소모가 컸던 두산은 노경은 덕분에 다른 투수들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기본 구위가 좋아 제구만 동반되면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는 것이 노경은의 공이다. 마음 먹은 코스로 공이 가지 않았던 4회초만 제외하면 이날 노경은의 공은 그랬다. 최고 149km까지 나온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를 바탕으로 그는 140km대 초반의 슬라이더를 자주 섞어 던졌고,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이따금씩 포크볼도 결정구로 활용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갑작스레 등판해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것이 노경은의 장점이다. 평소에도 어깨는 타고 났다고 할 만큼 노경은은 긴 이닝을 소화하거나 연투를 한 뒤에도 다른 투수에 비해 피로감이나 구속 저하 현상이 낮은 편에 속한다. 이날은 이러한 노경은의 장점을 확실히 볼 수 있는 경기였다. 경기 중에 나와 상대 타선을 봉쇄하면서 90개 가까이 던질 수 있는 투수는 흔하지 않다.
마치 자신이 팀의 토종 에이스였던 2012년과 2013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힘 있는 피칭이었다. 불펜에서 선발로 돌아섰던 2012년 노경은은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듬해에는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84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고, 180⅓이닝으로 토종 최다 이닝 투수가 되기도 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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