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남자농구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제 28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이 중국 후난성 장사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1차 예선을 모두 마친 16개 팀 중 4팀이 탈락하고 12팀이 2차 예선에 진출했다. 한국은 중국, 요르단, 카타르, 레바논, 카자흐스탄과 함께 F조에 속했다. 여기서 상위 4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한국은 27일 레바논, 28일 카타르, 29일 카자흐스탄과 차례로 대결한다.
▲ 한국이 아시아 9위? 의미 없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아시아선수권을 3주 앞둔 시점부터 매주 파워랭킹을 발표했다. 첫 주 이란과 중국에 이어 3위였던 한국은 둘째 주 5위로 떨어졌다. 존스컵에서 대만과 일본에 패한 영향이었다. 셋째 주에서 한국은 충격의 9등으로 떨어졌다. 최종명단에서 하승진, 윤호영, 김선형이 빠졌다는 이유였다. 아무리 못해도 한국이 9위라니 납득하기 어려운 순위였다.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FIBA 파워랭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한국은 1차전에서 파워랭킹 4위였던 요르단을 87-60으로 대파했다. 15개의 소나기 3점슛을 터트린 한국의 막강화력에 요르단은 속수무책이었다.
FIBA랭킹 28위인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14위 중국과 접전 끝에 73-76으로 패했다. 한국은 한때 20점을 앞서며 역시 순위의 허와 실을 낱낱이 보여줬다. 현장에서 만난 각국 농구 관계자들은 한국팀은 “패스와 수비 조직력이 뛰어나고 3점슛이 매우 정확한 팀”이란 반응이다.
실제로 한국은 1차 예선에서 평균 49.2%의 가공할 3점슛을 터트려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경기당 9.7개의 3점슛을 넣은 한국은 성공수에서도 전체 4위다. 한국은 야투율 50%로 1위 이란(50.2%)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75%의 팀 자유투 성공률도 1위다. 또 한국은 경기당 18개의 어시스트를 뿌리며 전체 1위다. 여러 공격지표가 한국의 공격이 아시아 최상급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 순항하는 이란과 쫓아가는 중국
우승후보 이란과 중국은 나란히 3연승으로 순항했다. 이란은 일본(86-48), 인도(88-66), 말레이시아(122-42)를 차례로 대파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전 80점차 승리는 충격이다. 예선 3경기서 이란은 평균 98.7점을 넣으며 상대를 46.7점차로 깔아뭉갰다. 이란에 비해 상대가 워낙 약체였다. 2차 예선에서도 이란을 저지할 팀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안드레이 블라치를 보유한 필리핀이 대항마로 꼽힌다.
중국은 싱가포르(92-41), 한국(76-73), 요르단(84-67)을 꺾고 역시 3연승했다. 다만 한국전에서 한때 20점 차까지 뒤지는 등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젠롄과 저우치가 지키는 골밑은 강하다. 다만 가드와 포워드들이 이를 잘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홈 텃세와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있다. 심판들도 중요한 상황에서 중국 편을 드는 경우가 있다. 여러 이점을 감안할 때 중국은 적어도 4강까지는 순항할 전망이다.

▲ 필리핀을 꺾은 돌풍의 팔레스타인
이번 대회 최고 돌풍의 팀이 바로 팔레스타인이다. 이들은 예선 첫날부터 필리핀을 75-73으로 잡아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우연이 아니었다. 팔레스타인은 쿠웨이트(90-69)와 홍콩(85-79)을 차례로 꺾고 3연승으로 2차 예선에 진출했다. 아시아선수권에 처음 나온 국가가 3연승으로 B조 선두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기자는 팔레스타인 대 홍콩의 경기를 취재했다. 팔레스타인의 돌풍이 우연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다. 주장 사니 사카키니는 평균 12.7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전체 1위에 올라있는 수준급 센터다. 그는 안드레이 블라치를 상대로 22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미국출생의 포워드 자말 아부 샤말라와 캐나다에서 귀화한 가드 이마드 카와시도 수준급 기량을 과시한다.
사카키니는 “블라치는 CBA에서 많이 상대해본 선수다. 팔레스타인은 무명의 팀이지만 우리 선수들은 결코 무명이 아니다”라며 2차 예선에서도 돌풍을 예고했다.

▲ 대만의 충격탈락, 동아시아 농구의 몰락?
가장 부진한 팀은 대만이었다. 대만은 FIBA랭킹 44위로 아시아국가 중 7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예선에서 1승 2패로 탈락했다. 대만은 레바논과의 첫 경기서 87-92로 아쉽게 패한 영향이 매우 컸다. 그 때만 해도 중동세의 약진과 동아시아 농구의 약세를 알아채기 어려웠다. 대만이 카자흐스탄에게 73-84로 패하면서 탈락이 가시화됐다. 설상가상 카타르가 2차 연장전에서 레바논을 105-100으로 잡아 대만을 탈락시켰다.
대만은 마지막 경기서 카타르를 잡아도 어차피 승자승 원칙에서 밀려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카타르는 마지막 대만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64-72로 졌다. 1차 예선에서 탈락한 팀과의 전적은 2차 예선에 포함되지 않는다. 카타르가 굳이 무리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 대만은 그나마 첫 승을 신고하며 3연패 탈락은 면했다.
김동광 감독은 "사실 대만의 탈락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대만의 첫 경기를 보니까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만은 홈에서 할 때와 나와서 할 때 경기력이 너무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90년대까지 아시아의 최강자였던 동아시아농구는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란에 밀리는 중국도 절대강자의 이미지는 아니다. 그나마 한국이 선전하고 있지만 일본과 대만은 경기력이 썩 좋지 않다. 농구는 신장과 운동능력이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스포츠다. 아무래도 황인종이 다수인 동아시아 국가는 신체조건이 열세다. 흑인선수를 다수 보유한 중동국가의 분전이 다시 두드러지는 경향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장사(중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