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두산 선발진, 노경은의 몫 커진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9.26 06: 19

최근 부진에 빠진 두산 베어스 선발진의 몫을 일부 대신할 투수로 노경은(31)이 급부상하고 있다.
노경은은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의 경기에서 팀이 2-6으로 뒤지고 있던 2회초 1사 1루에 나와 5⅓이닝 1피안타 4탈삼진 4볼넷 1실점 호투했다. 두산은 4-10으로 패했지만, 시즌 최다 투구 수(86개)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장 긴 이닝을 던진 노경은의 역투는 빛났다. 그가 잘 버텨줘 두산은 마운드 소모를 최소화했다.
이제와 선발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선발의 뒤를 받치는 롱릴리프로 활용될 여지는 커졌다. 특히 노경은은 긴 이닝을 던지거나 연투를 해도 다른 투수에 비해 피로나 부담을 덜 느끼는 않는 건강한 몸을 타고 났다. 스스로도 평소 "매일 등판해도 기쁜 마음으로 던질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선발진이 부진에 빠지면서 노경은의 몫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년 내내 믿고 기용했던 장원준은 최근 4경기에서 14⅓이닝 21실점(17자책)해 3패를 떠안았다. 시즌 중에 1군에 합류해 로테이션을 잘 지켰던 허준혁도 최근 4차례 선발 등판 경기에서 10⅔이닝 15실점해 2패를 당했다. 둘 모두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불펜 부담을 가중시켰다. 또한 유희관, 더스틴 니퍼트, 앤서니 스와잭의 9월 평균자책점도 각각 5.11, 7.00, 5.65로 불안하다.
노경은이나 윤명준 등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는 불펜투수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히 노경은의 경우 김태형 감독이 시즌 종료 후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가면 선발로 보직이 변경될지도 모른다. 두산은 이번 시즌 후 5선발을 새로 찾아야 한다. 유희관과 장원준, 그리고 두 명의 외국인 선수까지 4명은 확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선발진의 한 자리는 누가 차지할지 알 수 없다. 올해 가능성을 보여준 허준혁과 이현호, 그리고 새로운 후보들과 함께 노경은도 경쟁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노경은과 이현승 중 하나를 마무리로 쓰고, 나머지 한 명은 선발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장고 끝에 구위에서 우위를 보인 노경은이 마무리로, 이현승은 선발로 낙점됐다. 하지만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노경은이 턱 부상을 당한 이후 일어난 연쇄작용들에 의해 지금은 이현승은 마무리로 고정된 상태다.
노경은의 턱이 회복됐을 때는 이미 선발진에도 자리가 없는 상태였다. 불펜으로 돌아온 노경은은 잠시 마무리를 맡기도 했으나 자리를 완전히 꿰차지 못했고, 이후 이현승이 그 자리의 주인이 됐다. 지금은 김태형 감독도 "마운드에 올리고 나면 마음이 편하다"고 할 만큼 이현승이 마무리로 입지를 굳혔다.
여러 위치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노경은은 경기의 절반 이상을 홀로 책임지는 역투를 통해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길게는 다음 시즌 선발 전환, 짧게는 강렬한 포스트시즌 활약을 기대케 하는 훌륭한 투구였다. 정규시즌 남은 경기에서도 이런 피칭을 보여준다면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두산 마운드의 히든카드로도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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