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34, 두산 베어스)가 '삼성 킬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니퍼트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2탈삼진 2볼넷 3실점했다. 지난 8일 1군에 복귀한 이후 최다 이닝을 책임진 니퍼느는 팀의 14-3 승리 속에 시즌 6승(5패)째를 올렸다.
그야말로 돌아온 '사자사냥꾼'이었다. 지난해까지 니퍼트는 삼성전에 총 19차례 등판해 13승 1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강했다. 올해는 삼성전 3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4.63으로 주춤했으나 이날 승리를 통해 다시 삼성 타자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게 됐다.

고전했던 것은 첫 이닝이 거의 유일했다. 1회초 니퍼트는 1사에 나온 박해민의 우전안타와 도루, 채태인의 볼넷과 최형우의 우전 적시타, 박석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2실점했다. 하지만 1회말 나온 최주환의 역전 3점홈런 이후 힘을 냈고, 4회초 김상수의 좌월 솔로홈런을 제외하면 실점하지 않고 7회초까지 버텼다.
이날 니퍼트는 전성기와 다르게 구위로 압도하는 피칭보다 적절히 맞혀 잡는 승부를 하며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7이닝 동안 탈삼진은 2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빠른 카운트에 타자들이 방망이를 내게 만들며 92개의 공으로 아웃카운트를 21개나 벌어들였다.
최고 구속은 다른 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153km였다. 그러나 지난 등판에 비해 포심 패스트볼 위주의 승부를 펼친 것이 통했다. 이전 등판인 20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104구 중 빠른 볼이 56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날은 92개를 던지면서도 포심 패스트볼이 55개로 6일 전과 비슷했다.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빠른 공을 활용한 빈도가 높았다는 의미다.
리그 최강의 팀인 삼성을 상대로 효율적인 투구 수 관리에 성공하며 7이닝을 책임진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활약까지 기대케 하고 있다. 이날 이전까지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5.49로 부진했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점차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하고 있어 두산의 희망도 커지고 있다.
한편 이날 니퍼트의 호투는 최근 두산 선발진의 부진을 씻어내는 피칭이었기에 더욱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장원준과 허준혁은 최근 4차례 선발 경기에서 각각 14⅓이닝 21실점(17자책), 10⅔이닝 15실점 부진했다. 또한 유희관과 앤서니 스와잭의 9월 평균자책점도 각각 5.11, 5.65로 불안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니퍼트가 부진의 고리를 끊어냈다. 하루 뒤 선발로 나설 유희관도 한결 부담을 덜고 던질 수 있게 됐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