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긴 슬럼프에 빠져 있던 이대호(33, 소프트뱅크)가 끝내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개인적으로도 일본 진출 이후 첫 30홈런의 기쁨이지만 팀으로서도 의미가 있는 한 방이었다. 일본 언론은 이대호가 소프트뱅크 팀 기록의 완성 퍼즐이 됐다고 칭찬했다.
이대호는 26일 QVC마린필드에서 열린 지바 롯데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진 4회 무사 1루 상황에서 롯데 선발 이대은의 포크볼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날렸다. 지난 9월 9일 니혼햄전 홈런 이후 보름여 만에 나온 시즌 30호 홈런. 이 홈런은 경기 흐름을 소프트뱅크로 가져오는 이날의 결승타가 됐다.
이대호는 일본 진출 첫 해인 2012년과 2013년(이하 오릭스 소속) 각각 24개의 홈런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30홈런은 단 한 번도 치지 못했다. “리그 최정상급 타자”라는 호칭을 들었지만 홈런 개수에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좋은 홈런 페이스를 기록했고 이날 기어이 30번째 홈런을 때려내며 지긋지긋한 아홉수에서 벗어났다.

한편 이 홈런은 소프트뱅크 팀으로서도 의미가 있었다. 이미 지구 우승을 확정짓고 느긋하게 시즌 막판을 보내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이미 마쓰다 노부히로(34개), 야나기타 유키(34개)가 30홈런을 넘어선 상황이다. 두 선수는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 37홈런)에 이어 리그 홈런 2·3위에 올라 있다. 이대호가 이날 30홈런을 기록함으로써 소프트뱅크는 30홈런 타자를 세 명이나 보유한 리그 유일의 팀이 됐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이대호가 역전 중월 투런포로 30호 홈런을 날렸다. 일본진출 4년 만에 큰 기준선에 도달했다”라며 개인적인 의미를 둔 뒤 “이로써 마쓰다, 야나기타와 함께 30홈런 트리오를 완성했다. 소프트뱅크에서 30홈런 이상 타자가 세 명이 나온 것은 2001년, 2004년 이후 처음이자 팀 역사상 세 번째”라고 또 다른 의미를 찾았다.
스트레스를 떨친 이대호는 홈런 뒤 “오래간만에 홈런을 쳤고 30호 홈런이었다. 팀의 역전에 기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고 모처럼 밝게 웃었다. 퍼시픽리그에서 5번째 30홈런 고지를 밟은 이대호에게 남은 또 하나의 목표는 100타점. 리그 타점 4위에 올라 있는 이대호는 현재 97타점을 기록, 100타점에 3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