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이 진단한 선발 부진, 그리고 해결책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9.27 06: 00

"본인이 더 답답할 것이다"
장원준(30)의 부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장원준의 입장이 되어 말했다. 1년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잘 지켜주던 장원준은 최근 4경기에서 14⅓이닝 21실점(17자책)해 3패를 당했다. 시즌 성적도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15로 악화됐다. 9월 들어 전체적으로 주춤한 두산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6.12로 10개 구단 중 9위다.
그의 부진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항상 경기 초반에 좋지 않은데, 좀 괜찮다가 요즘 다시 그렇다. 특별한 문제는 없다. 불펜에서도 공은 좋았다"고 답했다. 공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에게 계속 공략을 당했으니 장원준 본인이 더 답답함을 느낄 것이라 말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김 감독은 "(장원준은) 역시 초반에 승부가 돼야 풀리는 투수다. 2회만 넘어가면 그 뒤로는 잘 가는 유형인데,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던 공이 볼이 되면 다음 공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장원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투수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는 김 감독도 동의했다.
심리적인 면이 역시 중요하다. 스트라이크로 여겼던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지 않으면 투수는 다음 공을 던질 때 이전 공보다는 조금 더 스트라이크존 중심에 가까운 코스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그러다 보면 공 반 개나 하나 정도 차이로 타자가 더욱 치기 좋은 곳에 공이 갈 가능성이 커진다. 아쉬운 볼 판정이 나온 뒤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사례다.
김 감독은 장원준은 물론 허준혁의 고전 이유 역시 심리적인 측면에서 찾고 있다. 그는 "준혁이도 내 느낌에는 정신적인 면에서 페이스가 약간 떨어진 것 같다. 처음에는 타자들이 준혁이의 공에 대처하지 못하다가 이제는 공이 눈에 들어올 때가 됐기 때문에 본인도 어려울 것이다"라는 생각을 표현했다. 허준혁도 최근 네 번의 선발 경기에서 10⅔이닝 15실점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 난제를 풀어낼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역시 자신감이었다.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김 감독이 모범 사례로 꼽은 것은 좌완 영건 이현호. 김 감독은 "현호는 자기가 3일만 쉬고 나가도 된다고 말한다"며 젊은 투수가 패기 있는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칭찬했다.
김 감독이 진단하기엔 부진의 원인도, 그리고 해결책도 모두 투수들의 마음 속에 있다. 연이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선수가 결정적 계기 없이 부담감을 떨쳐내기란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최근 불펜에 계산이 서는 투수가 늘어난 덕에 적어도 선발투수에게 부과되는 긴 이닝 소화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은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두 좌완을 비롯한 선발투수들의 부진 탈출에 팀의 3위 등극 여부도 걸려 있는 만큼 두산은 이들이 하루빨리 부진에서 헤어나오기만 바라고 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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