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생애 최초로 방어율왕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양현종은 지난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즌 16차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동안 7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7피안타 3사사구 2실점으로 호투하고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작년에 이어 통산 3번째로 15승 고지를 밟는 기쁨을 누렸다.
시즌 방어율이 2.49에서 2.51로 소폭 상승했지만 타이틀을 사실상 거머쥔 것이나 다름없다. 양현종은 남은 팀의 8경기에서 1경기 등판을 앞두고 있다. 일정상 10월 2일 광주 두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선발로 나서 5~6이닝 정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2위 NC 해커(3.21)과 워낙 차이가 크기 때문에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 양현종이 마지막 등판에서 5이닝 10자책점을 기록 하더라도 방어율 2.93이 된다. 역시 1경기 등판이 예상되는 해커가 완봉을 하더라도 격차를 뒤집기는 어렵다. 2007년 데뷔 이후 8년만에 첫 방어율 타이틀이 품안에 들어온 것이다.
양현종에게는 더 없이 귀중한 타이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데뷔 처음으로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면서 첫 타이틀 홀더가 된다. 더욱이 KBO리그에서 유일한 2점대 방어율이기도 하다. 팀내에서 투수 부문 타이틀을 따내는 경우는 지난 2011년 윤석민의 4관왕(다승, 방어율, 승률, 탈삼진)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팀 역대로 따지면 선동렬(8회), 조계현(1회), 윤석민(2회) 이후 4명째 방어율왕이다.
어려가지 약점을 극복하고 방어율 1위에 올랐다. 양현종은 데뷔 이후 빼어난 직구를 가지고 있었으나 제구력과 많은 투구수에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본격적인 선발투수로 나서 2010년 16승을 하고도 방어율은 4.25로 높았다. 5회를 넘어가면 투구수 100개는 기본이었고 볼넷도 많았다. 9이닝당 볼넷이 5개가 넘었다.
투구수를 줄이기 위해 컷 패스트볼을 연마하다 어깨가 다치면서 투구밸런스를 잃어버리고 3년 동안 깊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2014년 16승을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역시 방어율이 4.25로 높았다. 최동원상을 받고도 아쉬움을 내비친 이유였다. 그에게 2점대 방어율은 꿈의 기록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인 최다이닝(179⅓)까지 기록하면서 2점대 방어율을 완성했다.
2점대 방어율까지 내린 비결은 제구력에서 찾을 수 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 제구력이 좋아지면서 직구를 적절히 섞어 던질 수 있었다. 직구의 스피드는 예전만 못하지만 볼끝의 힘은 여전했다. 한때 5개를 넘었던 9이닝당 볼넷이 올해는 3.71개로 줄어들었다. 9이닝당 삼진은 7.78개로 리그 6위에 올라있다. 이닝당 투구수도 16.6개이다.
후반기 징크스도 어느 정도 고친 점도 있었다. 그는 어깨피로도가 쌓이면서 매년 후반기에서 부진한 투구를 했다. 올해도 전반기 18경기에서 방어율 1.77로 압도적이었지만 후반기는 13경기에서 방어율 3.74로 높았다. 그러나 예년에 비하면 한결 나아진 것이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하면서 18이닝 동안 5자책점으로 막아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여기에 타자를 상대하는 노련미까지 더해졌다. 파워위주의 피칭이 아닌 완급조절에도 능한 영리한 투수가 되었다. 부단한 노력과 진화의 결과로 완벽한 '2점대 ERA+15승' 선발투수로 성장했고 모든 투수들이 열망하는 방어율 타이틀 훈장까지 차게 됐다.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가 된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