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와 김선형은 어디에 있나? 왜 안 나왔나?” 요즘 기자가 외국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김동광 감독이 지휘하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7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중국 후난성 장사시 다윤시티 아레나에서 개최되는 2015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2차 결선 1차전에서 레바논과 대결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28일 카타르, 29일 카자흐스탄과 연이어 격돌한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현지에서 “한국팀 전력이 정상이 아니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공루밍 중국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 “한국이 여러 가지 문제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정상전력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승리를 자신하기도 했다.

사실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12명 중 절반이 바뀌었다. 2013 마닐라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대회 베스트5에 이름을 올린 김민구(24, KCC)도 없다. 그는 음주운전사고로 부상을 당한 뒤 대표선수 자격이 2년간 정지된 상태다. 설상가상 김선형(27, SK)은 중앙대시절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선수자격을 박탈당했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서도 한국의 사정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다. 하지만 자세한 상황을 듣기 위해 한국에서 유일하게 온 기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 중국전을 함께 관전한 ‘스포츠 QQ’의 왕시엔 기자는 “김선형이 2년 전 중국전에서 덩크슛을 꽂았던 것을 기억한다. 존스컵에서 뛰었는데 왜 보이지 않나?”고 물었다.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자격이 정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프로농구에서 했나? 아니면 국가대표팀에서도 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대학시절에 한 것이고, 프로농구나 대표팀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또 다른 필리핀 기자는 “김민구는 괜찮나?”라고 물어왔다. 김민구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것까지는 파악하고 있었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돼 프로농구에 복귀했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조만간 국가대표에 복귀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당장 회복되기 어렵고 국가대표 2년 징계를 받았다”고 둘러댔다. 김민구가 사회봉사징계를 이수하기도 전에 먼저 코트에 나선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이란의 레자 타헤리 기자는 오세근과 하승진의 근황을 물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이란을 꺾은 한국이 골밑전력이 떨어진 이유를 찾으려는 의도였다. 둘 다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오세근이 불법스포츠도박을 했다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국가대표팀의 떨어진 전력은 한국농구의 슬픈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외국기자들은 “한국이 100% 전력이 아님에도 대단히 짜임새 있는 농구를 보여주고 있다. 최소 4강까지는 갈 것”이라며 한국의 전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2013년 아시아선수권 참가 후 귀국한 농구대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