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시즌 막바지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LG는 신예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도 3연승을 질주, 순위 경쟁 중인 팀들을 향해 고춧가루를 뿌리는 중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희박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고 2016시즌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경기내용 자체가 좋다. 공수주 균형이 잘 맞아 돌아간다. 일단 선발진은 최근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이대로라면 10승 투수 3명도 가능하다. 지난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루카스가 팀 첫 번째 10승을 올렸고, 28일 잠실 KIA전에선 우규민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노린다. 소사도 9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최소 한 경기 더 마운드에 오른다. 지독한 불운의 시달렸던 류제국은 지난 13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승을 올리며 페이스를 되찾았다.
선발투수들의 활약 뒤에는 확 바뀐 야수진의 도움이 있다. 센터라인에 자리한 유강남 박지규 안익훈은 탄탄한 수비력을 발휘하며, 양석환과 서상우는 타석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베테랑 박용택과 임훈은 현재 가장 뜨거운 타자이며, 히메네스는 2016시즌 재계약에 청신호를 밝혔다. 팀 전체적으로 기동력이 향상되면서,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한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오지환 외에는 20대 주전 선수가 없었는데, 불과 1년 만에 신구조화가 이뤄지려 한다.

올 시즌 개막전 선발라인업만 봐도 이를 느낄 수 있다. 박용택과 오지환만 남아 있을 뿐, 모든 자리가 바뀌었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유강남이 리그 최연소 주전포수로 올라섰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임훈은 공수에서 LG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 1군 캠프에 참여하지 않았던 양석환 안익훈 서상우는 일 년 만에 1군 선수가 됐다.
불펜진의 변화도 크다. 봉중근이 마무리투수 완장을 내려놓으면서, 필승조가 개편됐고, 연령대가 확 낮아졌다. 이동현과 신승현을 제외하면 모두 20대다. 마무리투수 임정우를 비롯해 윤지웅과 진해수는 LG 불펜진의 현재와 미래를 열고 있다. 본격적으로 1군 마운드를 밟기 시작한 김지용 이승현 최동환도 자신들의 기량을 증명 중이다. 내년에 돌아오는 정찬헌까지 생각하면, 막강 구위를 자랑하는 20대 불펜진이 완성된다.
물론 가능성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에도 반짝 활약에 그쳤던 20대 선수들은 많았다. 선수의 성장곡선은 일정하게 그려지는 게 아니다. 그래도 올 시즌을 통해 많은 젊은 선수들이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 숙원사업이었던 20대 포수와 젊은 외야수, 경쟁력 있는 외국인 3루수, 오지환의 백업 유격수까지 모두 얻었다. 특정 선수를 향한 의존도가 줄어들었고,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앞으로 5년,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라인업이 보인다.
본격적인 시작은 지금부터다. 군복무를 마친 임찬규 이천웅 정주현은 오는 10월 5일부터 열리는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한 최성훈도 실전이 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신속하고 과감한 리빌딩을 통해, 미래를 열어가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한편 LG는 앞으로 KIA SK NC 한화 롯데 KIA와 상대하며 정규시즌을 마무리한다. 2위 NC 외에 네 팀이 5위 한 자리를 두고 물고 물리는 상황. 5위 확정 캐스팅보트는 LG에 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