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4연승’ LG, 순위경쟁팀 모조리 삼킨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9.29 06: 26

공포의 9위팀이 된 것인가.
LG 트윈스가 정규시즌 막바지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LG는 두터운 선수층과 절묘한 투타밸런스를 앞세워 갈 길 바쁜 팀들의 발목을 잡는 중이다. 순위는 9위지만, 최근 경기력은 상위권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탄탄한 선발진과 에너지 넘치는 야수진은 상대 팀들에 공포로 다가온다. LG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원인들을 짚어본다.
▲8G 연속 QS·ERA 2위, 지키는 야구 가동

LG는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지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시작부터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고전했고, 토종 원투펀치 우규민·류제국의 합류도 늦었다. 선발투수들은 엇박자로 움직였고, 불펜진도 지난해 전원 필승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가 후반기 들어 하나씩 톱니바퀴가 맞고 있다. LG 마운드는 전반기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 4.90, 이 부문 8위에 그쳤으나, 후반기 4.17로 1위에 자리 중이다. 시즌 팀 평균자책점 4.63으로 2위까지 올라섰다. LG 특유의 지키는 야구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초반부터 좋다. 선발투수들이 마치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퀄리티스타트 행진 중이다. LG는 지난 13일 광주 KIA전을 시작으로 28일 잠실 KIA전까지 8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6승 2패했다. 6연전 없는 잔여 경기 일정이 진행되면서 우규민 소사 루카스 류제국 4명으로 로테이션이 돌고, 호투가 반복된다. 10승 투수 없이 시즌을 마감하는 게 아닌가 싶었으나,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루카스가, 28일 잠실 KIA전에선 우규민이 나란히 10승을 달성했다. 이대로라면 소사까지 3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야수진의 수비력도 대폭 향상됐다. 특히 임훈과 안익훈이 동시 가동되는 외야 수비는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유강남은 매 경기 발전 중이며, 유격수 오지환과 3루수 히메네스는 내야 좌측에 통곡의 벽을 세운다. 신인 2루수 박지규도 수비에서 맹활약하면서 투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불안했던 불펜진도 젊은 선수들이 도약하며 안정세를 찾았다. 윤지웅과 임정우가 필승조의 핵으로 떠올라 새로운 승리공식이 만들어졌다. 윤지웅은 우타자를 상대로도 경쟁력을 증명했고, 임정우는 향상된 구위와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마무리투수를 맡고 있다. 가용자원은 지난해보다 부족하지만, 내년에 정찬헌이 돌아오는 것을 감안하면 다시 한 번 철통 불펜진을 구축할지도 모른다.
▲뜨거운 젊은 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주루플레이
최근 LG의 가장 달라진 점은 주루플레이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마구 뛰면서 상대 배터리에 혼란을 선사하고 있다. 전반기 87경기에서 팀 도루 66개로 7위였으나 후반기 52경기에서 도루 45개를 기록하며 총 111개로 4위까지 올라섰다. 장타력 부족을 다리로 메우는 중이다.
뛰는 야구가 되니 상대의 허를 찌르기도 쉬워졌다. 최근 2경기 연속 기습번트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고, 더블스틸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타자들은 상대 배터리가 빠른 공 위주로 승부하니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안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SK 시절 발야구를 통해 왕조를 이뤘던 이진영은 “아무래도 빠른 주자가 나가주면 타자가 편해진다. 우리 팀이 당시 SK만큼 도루에 능한 선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유지현 코치님이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항상 강조하시고, 계속 뛰는 게 점수를 내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은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는 계속 가져갈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뛴다”며 “안타 하나에 베이스 하나만 가는 야구로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상대팀이 우리팀과 만나면 이런 부분에서 안심하고 경기하곤 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못하게 할 것이다. ‘언제든 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상대가 실수를 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뛰는 야구를 강조했다.
▲‘커리어하이’ 박용택과 ‘상승세’ 히메네스, 그리고 무서운 새 얼굴들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역시 박용택이다. 시즌 중반 타격폼에 변화를 주며 돌파구를 찾았고, 결국 올해를 커리어하이 시즌으로 만들었다. 박용택은 올 시즌 127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3할2푼4리 18홈런 83타점 OPS 0.869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 하나만 추가하면 개인통산 최다이며, 타점은 이미 커리어하이다. 타격폼을 바꾸고 난 후반기에는 52경기에서 타율 3할7푼7리 7홈런 41타점 OPS 0.947을 찍는 중이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25일 마산 NC전. 당시 박용택은 홈런 두 방 5타점 원맨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9회초 2사 1, 2루에서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리며, 올 시즌 LG의 가장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었다.
히메네스 또한 무섭게 폭발 중이다. 7월 부진으로 열흘 동안 2군에서 재정비 했고, 1군 복귀 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히메네스는 1군무대로 돌아온 8월 14일부터 34경기에 나서며 타율 3할6푼3리 7홈런 OPS 1.006으로 괴력을 발휘 중이다. 시즌 타율도 2할9푼7리까지 오르며 어느덧 3할을 바라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히메네스는 내년에도 LG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임훈을 필두로 서상우 유강남 안익훈의 배트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임훈은 후반기 타율 3할2리, 출루율 3할9푼6리로 리드오프 갈증을 해소시켜 줬다. 서상우와 유강남의 후반기 타율도 각각 3할3푼6리, 3할3리다. 만 19세의 안익훈도 후반기 타율이 3할1푼3리에 달한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없었던 이들이 후반기 팀 공격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5위 캐스팅보트, LG에 있다
LG는 앞으로 SK NC 한화 롯데 KIA와 상대한다. LG가 남은 5경기를 전승해도 SK가 1승만 거두면 LG의 5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너무 늦게 발동이 걸리면서 대약진은 불가능해졌지만, 5위의 주인을 가릴 수는 있다. 남은 5경기, NC를 제외한 모든 팀이 5위를 바라보는 만큼, LG전 패배는 치명타가 된다. 가장 두려운 팀이 된 LG의 손에 5위가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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