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한국농구가 ‘아시아 챔피언’ 이란과 정면대결을 펼친다.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오는 1일 오후 3시 30분 중국 후난성 장사시 다윤 시티아레나에서 개최되는 2015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8강전에서 ‘아시아 챔피언’ 이란과 상대한다. 8강에서 패하면 한국은 2016 리우올림픽 진출희망이 사라진다. ‘참사’를 면하기 위해 무조건 이란과 부딪쳐 이겨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 한국은 리바운드를 얼마나 사수할까?

관건은 제공권 싸움이다.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 두 팀에서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이다. 이란은 경기당 무려 50.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전체 참가국 중 1위다. 비교적 대진이 무난했던 이란이 약체팀들을 연일 압살하면서 빚어진 숫자다.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장신자는 중국이 더 많지만, 이란의 골밑이 가장 세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반면 한국은 경기당 34.8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16개국 중 최하위다. 심지어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약체들보다도 낮은 수치다. 물론 우리가 이들과 붙으면 리바운드를 더 많이 잡을 것이다. 하지만 낮은 리바운드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평균 5.0개의 가드 양동근이 리바운드를 가장 많이 잡고 있다. 더구나 양동근은 카자흐스탄전에서 18분 밖에 뛰지 않았다. 그만큼 김종규, 이종현의 센티진이 리바운드에서 밀리고 있다는 뜻이다.
김동광 감독은 “걱정하는 게 리바운드다. 우리가 전체 16팀 중 15위다. 매번 리바운드를 강조한다. 리바운드에서 대등하면 좋은 경기를 할 것이다. 몸 자체가 종규나 종현이가 열악하다. 걔네들이 100kg도 안 된다. 120kg 넘는 애들이 밀어제치니까 문제다. 오늘 아침에도 박스아웃 연습만 시켰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 하다디는 과연 또 흥분할 것인가?
이란전 또 하나의 변수는 하다디의 흥분이다. 그는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대놓고 동료들에게 화를 낼 정도로 불같은 성격이다. 심판판정이 조금이라도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흥분해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도 하다디는 흥분했고, 14점, 6리바운드에 그쳤다.

하다디는 필리핀전에서 안드레이 블라치와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한창 시소게임을 하던 중 4쿼터 종료 4분을 남기고 블록슛을 시도하던 하다디에게 네 번째 파울이 지적됐다. 그러자 하다디는 판정에 불복해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결국 하다디는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블라치는 18점, 7리바운드, 4스틸, 2블록슛을 기록하며 하다디(10점, 7리바운드, 5파울 퇴장)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하다디의 퇴장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한국전에서 하다디가 또 흥분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란에서 온 레자 타헤리 기자는 “하다디는 뛰어난 선수지만 심판판정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한국전에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또 흥분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반대로 김종규와 이종현, 이승현이 하다디를 짜증날 정도로 강하게 압박해야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 진짜 무서운 선수? ‘벤치 에이스’ 잠시디
이란의 가장 무서운 점은 벤치가 매우 두텁다는 점이다. 보통 팀 같으면 주전들과 후보들의 기량차가 크다. 후보들이 들어왔을 때 경기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란은 다르다. 벤치멤버들의 기량까지 출중하다. 필리핀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서 이란은 주전들이 어느 정도 점수를 벌려놓으면 후보들이 나와서 20~30점차로 경기를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았다. 주전과 후보의 기량차가 큰 한국도 2쿼터 초반부터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서운 선수는 ‘벤치 에이스’ 모하메드 잠시디(24, 199cm)다. 에이스 니카 바라미가 체력이 떨어지는 2쿼터에 잠시디가 출격한다. 그의 폭발적인 득점력은 바라미 못지않다. 덕분에 이란은 40분 내내 폭발적인 득점력을 유지할 수 있다. 유독 이란이 대승이 많은 이유다. 잠시디는 평균 19분을 뛰면서 7.3점을 올리고 있다. 그는 바라미가 뛰지 않은 존스컵에서 이란의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존스컵에서 한국은 이란에게 46-77로 대패를 당했다. 그 때 잠시디가 팀내 최다인 13점을 올렸다.
김동광 감독은 “존스컵에서 바라미 대신 잠시디가 워낙 잘했다. 바라미가 와서 벤치로 밀렸을 뿐이지 슛이 좋고 능력이 있는 선수”라며 경계심을 보였다.

물론 이란도 약점이 있다. 워낙 압도적으로 이기다보니 주전보다 후보 선수들의 출전시간이 더 많은 기형적인 팀이다. 노장 삼총사는 필리핀전에서 오랜만에 많이 뛰다보니 후반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리핀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제이슨 윌리엄(24점), 테렌스 로미오 같은 젊은 가드진들이 속공으로 승부해서 87-73으로 대승을 거뒀다.
한국전에서는 하메드 하다디, 니카 바라미, 마디 캄라니 삼총사가 많은 시간을 뛸 것으로 보인다.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결국 같은 사람이고, NBA에 갈 정도로 대단한 선수들은 아니다. 한국이 전력을 다해 한 번 붙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시디(13번), 바라미(14번), 하다디(15번) / 장사(중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