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끝나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
한화 괴물 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한국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투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로저스는 지난달 30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등판, 7이닝 7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 역투를 펼치며 한화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남은 일정상 로저스의 선발등판은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향후 5강 가능성에 따라 구원등판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최소 이틀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라 최종전인 3일 수원 kt전에나 가능하다. 그때까지 한화에 5위 희망이 있다면 로저스의 투구를 다시 볼 수 있지만 잔여 3경기에서 5위 SK와 2경기차를 극복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로저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로저스는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게 너무 아쉽다.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결정 나지 않았기 때문에 구원으로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다"며 "우리 선수들이 전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렇게 시즌이 끝나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승리 기쁨보다 아쉬움이 깊은 표정이었다.
더 이상 등판이 없다면 로저스의 KBO리그 성적은 10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 2.97 탈삼진 60개로 마감된다. 지난달 70만 달러 거액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로저스는 데뷔전 완투승, 다음 경기 완봉승으로 KBO 최초의 역사를 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압도적인 투구로 오버페이 논란을 잠재웠다.
특히 10경기에서 75⅔이닝으로 평균 7⅓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113개의 공을 던진 로저스는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완투형 투수의 힘을 보여줬다. 4번의 완투와 3번의 완봉승이 있었다. 6번이나 4일 휴식으로 선발등판하는 타이트한 일정이었지만 지난달 18일 대전 NC전을 빼면 무너진 경기가 없었다.
로저스는 "한국에 온 것은 한화의 팀 승리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 그 점에서 10경기 6승에 만족한다. 남은 3경기에서 마무리를 잘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국에서 두 달 정도 지냈는데 좋은 시간이었다. 팀 동료들과 관계가 좋았고, 여러모로 재미있었다. 한국 생활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내년 시즌 거취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로저스는 "내년 계획은 나도 잘 모르겠다.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더더욱 아쉽다"며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국에 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오고는 싶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짧다고 짧고 길다면 긴 2개월 사이에 정이 많이 들었지만 프로의 세계는 철저하게 비즈니스로 움직인다.
강렬한 인상과 진한 여운을 남긴 로저스의 10경기, 과연 내년 에도 한화 오렌지 유니폼을 입은 그의 투구를 볼 수 있을까.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