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가 시즌 막판으로 향하면서 잔여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에 따라 탄력적인 스케줄로 경기들이 치러지고 있지만 쉬어도 쉬는 게 아닌 상황에 놓인 감독들이 많다.
바로 시즌 끝까지 향방을 알 수 없는 순위 경쟁 속에 놓인 감독들. 경기 전 사전 인터뷰를 위해 감독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어제 다른 팀 경기 보셨어요?"가 됐다. 전날이 휴식일이었던 감독들 역시 자고 나면 바뀌는 순위 때문에 경쟁팀들의 경기를 보며 그 상대팀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드문 일이 일어났다. 이날 두산과 롯데가 사직구장에서 오후 3시부터 약 3년 만의 더블 헤더를 치르면서, 저녁 6시 30분 경기를 앞두고 사전 인터뷰를 위해 염경엽 넥센 감독과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는 사직 경기가 생중계됐다. 염 감독은 두산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염 감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롯데를 열심히 응원했지만 두산이 롯데를 2경기 다 잡고 넥센은 SK에 패하며 단숨에 1.5경기 차가 줄어들고 말았다.

다른 팀 역시 마찬가지. 특히 '바글바글' 모여있는 5강 경쟁팀들은 매일 바뀌는 승차 때문에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일이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됐다. 무조건 많이 이기는 것이 능사지만 공교롭게도 같이 지고 같이 이기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매일 경기수가 줄어들 때마다 계산기도 같이 두드려지고 있다.
1위 삼성과 2위 NC도 지난달 30일 기준 승차 1.5경기로 끝까지 해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두산과 넥센은 공동 3위로 모였다가 3위, 4위로 갈라지기를 매일 반복하고 있다. 5위 SK가 거의 승기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하나의 경우의 수도 포기할 수 없는 KIA와 한화가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9위 LG에 12경기 차로 벌어져 있는 10위 kt를 제외하면 모든 팀들이 '눈치 싸움'에 피가 마르고 있다.
그러나 팀들이 괴로우면 팬들이 재미있는 것이 야구 순위 경쟁이다. 끝까지 이어지는 혈투 속에 팬들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경기수까지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30일 총 716만3865명을 기록, 종전 최다였던 2012년(715만6157명)을 넘어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달성했다. 시즌 중반 메르스 악재를 넘어 세운 쾌거다.
숨막히는 순위 싸움은 시즌 끝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팀 감독은 "한두 팀도 아니고 이렇게 단체로 10월까지 순위를 모르는 상황은 야구하면서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벌써 10월. 날씨는 이제 포스트시즌에 걸맞게 시원해지고 있지만 한치 앞을 모르는 프로야구는 끝까지 뜨겁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