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폭발’ 정의윤, 9월 최고의 타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01 06: 05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는 기회를 만나 완전하게 없어졌다. SK의 5위행을 이끌고 있는 정의윤(29)의 이야기다. 트레이드 이후 폭발하고 있는 정의윤의 가파른 오름세는 기록에서도 한 눈에 찾아볼 수 있다. 적어도 9월 성적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다고 할 만하다.
정의윤은 9월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안타는 하나였고 홈런과 같은 장타는 없었다. 그러나 볼넷을 두 개나 골라 세 차례나 출루했고 5회에는 문선재의 2루타성 타구를 잡아내며 선발 크리스 세든을 지원했다. 여기에 2-1의 살얼음같은 리드를 지키고 있던 6회에는 연달아 도루 2개를 성공시키며 추가점의 발판을 놨다. 모든 것이 잘 풀리는, 최근 정의윤의 신바람 야구를 그대로 대변하는 한 판이었다.
이런 정의윤은 눈부신 성적과 함께 9월 일정을 마쳤다. 8월에 폭발의 예열을 마쳤다면, 9월은 완전히 자신의 기량을 만개한 시기였다. 정의윤은 9월 들어 가진 26경기에서 타율 4할2푼2리, 출루율 4할9푼5리, 장타율 0.811, OPS(출루율+장타율) 1.306, 38안타, 9홈런, 23타점, 24득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지표에서 리그 정상급에 속하는 특급 활약이었다.

정의윤의 타율은 박용택(LG, 0.434), 에릭 테임즈(NC, 0.427)에 이어 3위에 해당됐다. 자신의 프로 경력에 있어 이처럼 잘 맞은 한 달은 없었다. 월간 타율이 4할을 넘는 리그 5명의 타자 중 하나였다. 출루율 또한 테임즈(0.569), 김현수(두산, 0.495) 이은 리그 3위 기록. 장타율은 테임즈(0.840),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0.813)에 이어 리그 3위에 올랐다. OPS는 테임즈에 이어 2위였다.
컨택과 장타력도 모두 폭발한 한 달이었다. 정의윤은 9월 한 달에만 무려 38안타를 때려 최다안타 리그 1위에 올랐고 홈런에서는 나바로(12개)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랐다. 2루타는 8개를 쳐내 김상수(삼성)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홈런과 2루타 등 장타가 폭발한 정의윤은 9월 한 달 총 73루타를 때려 나바로(65루타), 테임즈(63루타)를 여유있게 제치고 리그 1위에 올랐다. 타점에서도 리그 공동 6위였다.
정의윤의 맹활약은 동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른 선수들은 4번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야구가 즐거운 정의윤에게는 오히려 기회의 땅이었다. 시즌 내내 확실한 4번 타자가 없어 무게감이 떨어졌던 그간의 SK 타선이 확 달라진 하나의 이유였다. 해결사 몫을 톡톡히 한 정의윤은 24득점까지 올리며 이 부문에서도 리그 3위에 올랐다. 정의윤이 활발하게 출루하면 뒤를 받치는 타자들까지 힘을 냈다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워낙 잘 맞고 있고 감이 절정에 이른 만큼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SK의 기대다.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 LG 시절 삼진을 당하면 다음 기회가 있을까 불안해했던 정의윤은 이제 벤치의 확실한 믿음 속에 자신 있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도 조금 손을 본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심리적인 요소가 더 크다는 것이 구단의 진단이다. SK의 올해 트레이드는 정의윤이라는 이름 석 자와 함께 대성공으로 끝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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