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 "올 겨울에는 오승환 팔뚝 만들어야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0.01 13: 00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가 열린 지난 달 29일 사직구장. 이날 롯데는 포스트시즌 막차 티켓을 위해 작은 가능성을 보고 전력질주를 하던 때였지만 선발 송승준이 3이닝 4실점으로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어렵게 경기를 했고 결국 4-6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는 사실상 롯데의 포스트시즌 탈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송승준은 4회 주형광 투수코치가 교체를 하기 위해 마운드에 방문하자 잠시 만감이 교차한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그아웃과 홈 관중석 방향을 향해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투수가 교체 시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건 이색적인 장면이다. 송승준이 이제까지 마운드를 내려가며 이런 방식으로 인사를 한 것도 처음이다. 그래서 롯데 동료들은 농담으로 "올해 FA때 어디 다른 데 가냐"라는 말까지 했다. 송승준은 왜 그렇게 인사를 했을까.

결국 송승준은 30일 1군에서 빠지면서 올해 정규시즌을 8승 7패 125이닝 평균자책점 4.75로 마감하게 됐다. 작년 부진을 딛고 올해는 6월까지만 6승을 거둬 다시 두 자릿수 승리에 복귀하나 싶었던 송승준이지만 7월 삼두근 통증을 호소했고, 8월 초 1군에서 말소된 뒤 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10승을 채우지 못했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송승준에게 인사를 한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다른 팀에 갈거라 그런 인사를 한 건 절대 아니다. 내가 가면 어딜 가겠나.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면서 "사실 인사를 할 계획조차 없었다. 시즌이 아직 몇 경기는 더 남아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형광 코치님이 교체하기 위해서 올라 오시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어느덧 마지막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적으로 인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7년 20대 후반에 한국으로 돌아 온 송승준은 기대하지 않았던 FA 자격을 올 시즌 후 얻게 된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송승준이다. 갑작스럽게 찾아 온 삼두근 통증으로 고생했던 송승준은 "사실 100% 컨디션으로 공 던지는 투수가 얼마나 되겠나. 의사가 '지금까지 탈 안 난것만도 대단하다'라고 하더라. 삼두근이 아프면서 공을 힘있게 누르지 못하고, 릴리스포인트도 흔들렸다"고 했다.
올해를 보내며 송승준은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100%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마운드에 올라왔고, 팀을 위해 던졌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는 "무작정 팀을 위해 던진다는 책임감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일찍 복귀한 것도 내가 결정한 문제고, 다시 그 상황이 되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일찍 복귀해서 결과가 좋지 않아서 팀을 망친 선수가 되어 버렸다. 잘 던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제 송승준의 2015 시즌은 끝이 났다. 목표는 더 건강하게 2016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다. 송승준은 "삼두근 염증은 다행히 공 안 잡고 쉬면 싹 나을 부상인데, 올 시즌이 끝나면 오승환 팔뚝을 만들 것이다. 근육으로 팔을 덮어야 부상위험도 적다"는 계획을 밝혔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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