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시기에 빠지게 돼 정말 미안하다. TV를 보면서 매일 응원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게 된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지난달 16일 대구 SK전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타격 도중 통증을 느껴 6회 채태인과 교체됐다. 이승엽은 17일 서주 미르 영상의학과에서 정밀 검진을 통해 오른쪽 옆구리 근육이 미세하게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복귀까지 3주 정도 소요된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
삼성은 지난달 25일 문학 SK전 이후 4연패 수렁에 빠지며 2위 NC와의 격차가 1.5경기차로 좁혀졌다. 그의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승엽은 1일 "(부상 상태는) 좋아지고 있다. 원하는 만큼 확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중요한 시기에 빠지게 돼 정말 미안하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부상 당시 상황을 한 번 들어봤다. 이승엽은 "며칠 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13일 목동 넥센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한 타석만 소화하고 빠질 수는 없었다. 미련했지. 16일 대구 SK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좀 안좋았는데 예정대로 나갔다. 어차피 참고 할 정도는 되니까.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린 뒤 두 번째 타석에서 뛰는 게 통증이 왔다. 그때 '이젠 참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되도록이면 참고 뛰고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이승엽은 "병원에 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근육이 찢어졌다고 하더라. 병원 측에 주사를 맞고 뛰면 안되겠냐고 물어봤더니 상태가 더 악화된다고 하더라. 지금껏 허벅지든 옆구리든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는 건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만큼의 통증과 느낌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미련했다. 개인적인 상황도 좋지 않았고 팀도 1위를 빨리 확정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마음이 앞섰다. 첫 번째 1군 엔트리 제외됐을때보다 더 아쉽다"고 덧붙였다.
TV 중계를 통해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봐야 하는 그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답답하다. 이승엽은 "중요한 시기에 빠지게 돼 정말 미안하다"며 "TV를 보면서 매일 응원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승엽은 올 시즌 타율 3할3푼2리(470타수 156안타) 26홈런 90타점 87득점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개인 성적은 충분히 만족한다"는 이승엽은 "팀이 1위로 마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즌 도중에 빠지게 돼 정말 미안하지만 빠지기 전까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이렇게 됐는데 나머지는 후배들이 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지금이 가장 아쉽다. 지난 일은 기억에 남지 않고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기억에 남는다. 힘든 시기에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가장 미안하다. 팀이 있어야 개인도 존재한다. 하루 빨리 회복해 함께 뛰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고 복귀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부상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벼운 운동을 소화 중인 이승엽은 "후배들이 하루 빨리 1위를 결정짓고 마음 편히 재활하고 훈련에 집중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고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