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김문호(28)는 덕수고 시절 천재타자로 불렸다. 화랑대기와 황금사자기 MVP를 수상하며 고교 최고타자로 손꼽혔다. 때문에 롯데는 외야수였던 김문호를 2차 3라운드라는 비교적 빠른 순번에 지명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첫 해였던 2006년 10타수 3안타로 잠시 프로 맛을 봤지만, 이후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주로 백업 내야수로 활약했고,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난 이후인 2011년에도 19경기에만 출전했다.
김문호에게 찾아 온 첫 번째 기회는 2013년 전반기, 당시 김문호는 3할에 육박하는 타율과 높은 출루율로 김주찬의 빈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웠다. 하지만 주루플레이 도중 1루에서 밴 헤켄과 충돌을 하면서 부상을 당했고, 그렇게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작년은 71경기에 나서 타율 2할1푼4리에 그쳤다.

올해 김문호는 다르다. 1일 현재 90경기에 출전, 타율 3할4리(276타수 84안타) 3홈런 29타점 34득점 8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 모든 기록이 데뷔 후 가장 좋은 수치다. 테이블세터 구성에 골머리를 앓았던 롯데도 김문호가 2번 자리에 정착하면서 큰 고민을 덜었다.
2015시즌 규정타석은 437타석이다.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고, 또 가장 많은 타석(313타석)에 들어섰지만 역시 부상이 아쉽다. 김문호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7월 27일 1군에서 빠졌다. 말소 당시에는 열흘이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9월 1일 확장엔트리 실시일이 돼서야 1군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9월, 김문호는 고교시절 '천재타자'다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월간 타율 3할7푼7리, 홈런도 2개나 있고 9타점 8득점을 올렸다. 한화전에서는 데뷔 첫 만루홈런도 쳤고, OPS 0.932로 수준급 성적을 거뒀다.
과연 무엇이 가장 달라졌을까. 김문호는 정작 "크게 달라진 것 없다. 나이도 나이인지라 절실함이 달라졌다. 경쟁자가 많아져서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 장종훈 코치님이 스탠스를 조정해주시고, 또 자신감 있게 초구를 공략하라고 말씀 해주셨는데 그게 통했다. 잘 맞다보니 자신감도 붙고, 계속 야구가 잘 됐다"고 말한다.
역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부상으로 중요할 때 1군을 떠나 있었다는 점이다. 김문호는 "부상 이후 금방 돌아올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검사를 해보니 생각보다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오히려 천천히 복귀한 덕분에 부상을 싹 치료하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같다. 배려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웃었다.

올해도 김문호의 주전 경쟁은 험난했다. 주전 외야수 전준우가 입대를 했지만, 짐 아두치라는 외국인타자가 영입됐다. 그래도 김문호는 "매년 경쟁을 하다보니까 이제는 내 할 일만 하자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은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고, 결과가 다행히 잘 나와서 마음도 편하다. 이제 내년에 나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 갈텐데, 그걸 만족시키기 위해 더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보완할 점도 분명히 있다. 김문호는 "올해 타율이 높지만, 타구 방향이 대부분 우측이다. 올 시즌을 마치고 고르게 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장종훈 코치님과 함께 타격 메커니즘을 연구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김문호를 10년 동안 따라다녔던 말, 바로 천재타자다. 프로에 와서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오랜 시간을 지난 뒤에야 기량을 꽃피우고 있기에 부담스러운 말일수도 있다. 김문호는 "솔직히 천재타자라는 말은 거품이었다. 그때도 (강)정호나 (김)현수가 더 잘 쳤다. 학교가 좋고, 동료들이 잘 하다 보니 덕을 봤었다. 프로에 와서 내 부족함을 통감했고, 또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걸 느꼈다. 처음에는 천재타자라는 이야기가 내게는 스트레스였지만, 이제는 그럴 시기가 지났다. 내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문호는 "중요한 순간에 부상을 당해서 정말 아쉽다. 내년에는 반드시 준비를 잘 해서 규정타석을 채우는 타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2015 시즌도 저물어가는 가운데 김문호는 서른 살이 되는 2016년을 준비하고 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