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지만 아직 두 개의 굵직한 개인 타이틀 향방은 안개가 짙게 깔려 있다. 표심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결국 시즌 막판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어떠한 상징적인 기록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부문에서는 박병호(29, 넥센)와 에릭 테임즈(29, NC), 그리고 신인왕 부문에서는 구자욱(22, 삼성)과 김하성(20, 넥센)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통 이맘때면 어떠한 하나의 ‘대세’가 생기거나 경쟁자들이 나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올해는 종잡을 수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사실 네 선수 모두 예년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무난한 수상도 기대할 수 있는 기록이다. 그러나 야구의 신은 무혈입성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다. MVP부터 그렇다.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의 대기록, 전무했던 4년 연속 홈런왕 예약,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세운 박병호와 ‘40-40’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한 테임즈가 경쟁하고 있다. 서로가 인정하면서도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두 선수가 양보 없는 경쟁을 끝까지 이어가는 중이다.

박병호와 테임즈는 타격 부문을 양분하고 있다. 박병호는 강한 임팩트를 심어줄 수 있는 홈런(53개)에서 1위다. 신기록을 쓴 타점도 143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테임즈(140개)에 앞서 있어 남은 경기에서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두 개의 타이틀은 확보했다. 그러나 타격(.381)과 장타율(0.792)에서 1위를 예약한 테임즈는 KBO 리그 역대 최초 40홈런-40도루라는 강력한 숫자를 앞세운다.
실제 투표인단 쪽에서도 “애매하다”라는 반응이다. 박병호가 이승엽의 56홈런 기록을 넘어섰다면 표가 몰릴 수 있었겠지만 박병호가 손가락 부상으로 몇 경기를 쉬는 사이 그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에 “테임즈가 40-40을 달성했으니 MVP가 되지 않겠는가”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상징의 힘이다.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라는 말은 신인왕 투표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구자욱은 올 시즌 116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11홈런, 57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951이다. 김하성도 만만치 않다. 137경기에서 타율 2할9푼1리, 19홈런, 73타점, OPS 0.855를 기록하고 있다.
전반적인 타격 성적은 구자욱이 좀 더 나을 수 있다. 구자욱은 21세기 신인 최고 타율을 예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하성은 구자욱보다 20경기 이상 더 뛰었고 유격수라는 점에서 수비 부담도 더 컸다. 여기에 김하성도 역전을 향한 ‘히든카드’를 남겨놓고 있다. 바로 20홈런-20도루다. 현재 홈런 하나가 모자란다. 신인 20-20은 1996년 박재홍(당시 현대) 이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테임즈와 마찬가지로 이 기록이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