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는 사이영 상, 일본 프로야구에는 사와무라 상이 있다. 모두 그 해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한국 KBO 리그에는 투수 골든글러브가 있지만, 다른 야수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 조금은 의미가 퇴색된다.
그래서 제정된 상이 바로 최동원 상이다. 작년부터 수상자를 배출하기 시작했는데, '최동원 기념사업회'에서 만든 상으로 트로피와 함께 2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상금액은 일단 KBO 리그 최고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딱 한 번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앞으로 권위있는 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작년 수상자는 양현종(KIA)이었다. 양현종은 29경기에 등판, 171⅔이닝을 소화하며 16승 8패 165탈삼진 17퀄리티스타트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선정위원회는 30경기, 180이닝, 15승, 150탈삼진, 15퀄리티스타트, 평균자책점 2.50이라는 기준을 정했지만 양현종은 그 가운데 이닝과 다승 퀄리티스타트만 충족했다.

일본 사와무라 상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아예 수상자 없이 건너뛰기도 하지만 선정위원회는 1회 시상부터 수상자가 없으면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토종투수 가운데 기준에 가장 가까운 성적을 낸 양현종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참고로 최동원 상은 토종투수 육성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국내 선수만 수상한다.
그리고 올해 역시 양현종이 수상자로 결정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양현종은 2회 최동원 상 수상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유는 지난 해 기준을 올해는 하나도 빠짐없이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2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 5이닝 1피안타 4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0-0에서 마운드를 떠나 시즌 16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이날 경기 덕분에 평균자책점을 2.51에서 2.44까지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양현종은 올해 정규시즌을 32경기 15승 6패 184⅓이닝 157탈삼진 19퀄리티스타트 평균자책점 2.44로 마감하게 됐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최동원 상 기준 가운데 이닝과 평균자책점을 모두 달성하는 데 성공한 양현종이다. 경쟁자인 김광현(SK)과 유희관(두산), 윤성환(삼성)은 채우지 못한 조건들이 있다.
작은 변수가 있다면 바로 프리미어 12다. 선정위원회는 국제대회 성적까지 감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현종과 김광현, 유희관, 윤성환 모두 프리미어 12 예비엔트리에 포함되어 있다. 이들 중 한 명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우승까지 이끌면 결과가 달라질 작은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후보가 양현종임에는 틀림 없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