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열(74) 대한농구협회장은 국제농구연맹(FIBA)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세계농구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분다. 국제농구연맹 아시아지부(FIBA ASIA)는 2일 2015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이 열리고 있는 중국 장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대항전의 새로운 포맷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농구도 축구처럼 2017년 11월부터 국가대항전에 '홈&어웨이' 제도를 전격 도입한다는 것.
종전에는 2년 마다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이 월드컵이나 올림픽으로 가기 위한 관문이었다. 아시아 국가는 여기서 우승을 해야만 메이저 대회로 직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아니다. 이제 농구월드컵이나 올림픽에 가기 위해서는 1년 넘게 홈&어웨이로 치러지는 장기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국가대표팀 운영에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 허울뿐인 아시아대회 유치 나선 한국
방열 회장은 지난달 30일 중국 장사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2017년 아시아농구선수권 남녀대회를 동반으로 개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방 회장은 “최근 농구가 침체돼 있다. 2017년 아시아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해 농구인기가 다시 확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남녀대회를 모두 유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회 유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최명룡 부회장, 박소흠 부회장, 최부영 이사 등 대한농구협회 회장단까지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장사에 입성했다. 이들은 준오성급 호텔에 머물며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국제대회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농구흥행을 위해 물론 좋은 일이다. 한국은 지난 1995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을 서울에서 개최한 이후 20년이 넘도록 대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여자대회의 경우 지난 2007년 인천에서 개최했고, 주최국 한국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문제는 2017년에 열리는 대회가 ‘허울뿐인 아시아대회’라는 점이다. FIBA는 2017년 10월까지만 현행 대륙별 선수권의 포맷을 유지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승해도 2019 중국 농구월드컵 출전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당장 2017년 11월부터 월드컵 출전을 위한 예선전이 홈&어웨이로 실시된다. 각국에서 이를 의식해 아시아선수권에 최정예 선수를 파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FIBA에서도 2017년부터 ‘아시아 컵’으로 이름이 바뀌는 이 대회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이 많다. 당장 2017년 대회를 유치하려는 국가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잘사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유치의사를 표명하고 나섰으니,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FIBA 입장에서 방 회장은 구세주나 다름없다.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는 “올림픽 출전권도 걸리지 않은 아시아 컵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FIBA 관계자는 “축구에서도 아시안컵은 대륙별 최고국가를 가리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 농구도 마찬가지”라고 대답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FIBA는 대륙간 컵대회의 위상을 격상시키기 위해 2021년부터 4년마다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2017년 대회는 그야말로 과도기에 낀 어정쩡한 대회라는 뜻이다.
▲ 일본, 올림픽 최종예선 개최 노린다
일본은 명분보다 실리를 택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일본은 4강에 진출하며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4강전에서 필리핀에게 70-81로 패했지만, 여전히 잔칫집 분위기다. 일본은 3일 3,4위전에서 이란에 패해 4위를 할 것이 유력하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은 만약 올해 아시아선수권에서 4위 안에 들어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권을 획득할 경우, 올림픽 최종예선전을 직접 유치하기로 내부 합의를 했다고 한다. 결국 대표팀의 선전으로 현실이 됐다. 이제 일본은 본격적으로 대회 유치에 뛰어들 전망이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엄청난 배경을 고려할 때 일본보다 적격인 국가를 찾기 어렵다. 개최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경제대국인 일본은 FIBA내에서도 파워가 상당하다. 지난주 도쿄에서 열린 FIBA 총회에서 ‘홈&어웨이 제도’가 완성됐다. FIBA가 일본에게 내렸던 징계를 풀어준 것은 ‘앞으로 돈을 많이 써 달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에 발맞춰 일본은 최종예선전을 개최함으로써 FIBA 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굳힐 기회를 얻었다. 대표팀 성적은 물론 스포츠외교에서도 일본이 한국보다 한발자국 앞서나가는 셈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주최국 자격으로 자동출전권을 갖고 있다. 2020년 6월 올림픽 최종예선전에서 티켓을 따지 못해도 올림픽에 간다는 뜻이다. 자국에서 열리는 큰 대회에 계속해서 대표팀이 출전하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을 얻을 기회도 크다. 일본은 모처럼 국내서 농구붐을 일으킬 수 있을 전망이다. 명분에 집착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성적과 실리까지 모두 챙기게 됐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장사(중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