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SK 마운드의 최대 수확인 박종훈(24, SK)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괜찮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비록 승리투수 요건은 챙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누구도 박종훈을 탓할 사람은 없었다. 올 시즌 SK 전체 선수단의 최고 수확이라고 할 만했다.
박종훈은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7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NC 강타선, 그리고 마지막 경기의 부담감을 생각하면 좋은 피칭이었다. 팀도 7회 동점을 만들어 패전 요건도 벗어났다. 이로써 박종훈은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18이닝을 던진 채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6승8패, 그리고 평균자책점 5.19였다. 전체적인 기록이 화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통산 1승밖에 없었던 박종훈의 경력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라고 할 만하다. 상무에서 제대한 뒤 첫 해였던 올 시즌 팀의 롱릴리프로 시작, 결국 선발 한 자리를 꿰찼으며 올스타전 출전을 거쳐 오는 11월 열릴 프리미어12 예비 엔트리에도 승선하는 등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사실 전지훈련 당시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박종훈이었다. 선발 네 명이 확정된 가운데 5선발로는 백인식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었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기는 했으나 보직은 언제 등판할지 모르는 롱릴리프였다. 그러나 백인식의 부상, 그리고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한 선발진 사정에서 선발 기회를 얻었고 결국 끝까지 로테이션을 지키며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인식시켰다.
1회에는 실책으로 아쉽게 실점했다. 선두 김종호의 유격수 방면 땅볼 때 김성현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며 주자가 나갔다. 이어 김준완의 타석 때는 김종호에게 2루 도루를 내줬고 1사 2루에서는 다시 3루를 허용했다. 여기서 박민우의 중견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1점을 내줬다. 다만 테임즈는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고 추가 실점을 하지는 않았다.
2회에는 연속 3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1사 후 조영훈에게 우전안타를 맞았고 손시헌의 타석 때 폭투와 우전안타를 연이어 허용하며 1사 1,3루가 됐다. 여기서 모창민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다만 김태군을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하고 이닝을 마쳐 대량실점에는 이르지 않았다.
3회부터는 안정을 찾았다. 3회 김종호 김준완 박민우를 모두 내야땅볼로 유도했다. 4회에는 이호준 나성범을 내야땅볼로 잡은 것에 이어 조영훈을 삼진 처리하고 순항을 이어갔다. 5회 선두 손시헌에게 볼넷을 내주기는 했으나 모창민을 병살타로 잡아냈고 김태군도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5이닝 고지를 밟았다.
비록 6회 1사 1루에서 박민우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맞으며 1점을 더 내줬지만 박종훈으로서는 이날 임무를 다한 경기로 평가할 수 있었다. 팀도 7회 김성현의 적시타와 8회 나주환의 역전 솔로포로 끝내 경기를 뒤집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무엇보다 이 중요한 경기에서 김광현과 외국인 두 선수를 제외할 때 가장 첫 머리로 떠오르는 선발투수로 성장했다는 것은 박종훈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박종훈이 포스트시즌에서도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