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두산과 함께 3강 전력으로 불렸던 SK의 정규시즌이 끝났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3년 연속 5할 아래의 승률을 기록했다. 겨우 마지막 끈을 붙잡긴 했지만 5위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만회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정규시즌 144경기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1-3으로 끌려가던 7회 김성현의 동점 적시타, 그리고 8회 나주환의 극적인 역전 솔로포로 겨우 이겼다. 한화가 탈락한 상황에서 SK는 이제 KIA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왕조를 열었던 SK는 2013년과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주축 투수들의 부상, 그리고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가 겹치며 전력이 내리막을 걸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만신창이가 됐던 불펜은 정우람이라는 특급 계투요원이 가세하며 힘이 생겼다. 여기에 최정과 김강민을 FA로 모두 잔류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이런 SK가 전문가들로부터 ‘3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혹자는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할 가장 유력한 대항마로 뽑기도 했다. 전력 자체가 탄탄하고 예비 FA 선수들이 많아 팀 전체의 동기부여도 강력하다는 평가였다. 5월 초까지는 선두권을 유지하며 그런 평가가 틀리지 않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5월 말부터는 부상 악령에 팀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추락을 거듭했다.
외국인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는 두 차례의 타구 강습으로 한 달 넘게 선발 로테이션을 걸렀고 타선의 핵심인 최정은 세 차례나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마지막 봉와직염 부상 때는 결국 1군에 올라오는 데 실패하며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개인 성적을 내세울 선수도 많지 않았다. 타선에서 3할 타자는 딱 한 명(이명기)이었으며 100타점을 기록한 선수도 이재원 하나가 유일했다.
여기에 윤희상의 부상으로 선발진 한 자리가 구멍이 난 상황에서 9월 이후 레이스를 벌어야 했으며 윤길현 정우람 문광은 등 필승조 투수들도 후반기에는 전반기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7월 트레이드로 가세한 정의윤이 대폭발했고 외국인 두 투수(메릴 켈리, 크리스 세든)의 눈부신 막판 스퍼트에 힘입어 8위에서 5위까지 뛰어오르는 저력을 발휘했으나 결국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올해 부임한 김용희 감독은 ‘시스템 야구’로 대변되는 관리야구를 뿌리내리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드러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야구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뼈아프게 드러났다. 시즌 초반 후반을 대비한 안배를 펼치다 잡아야 경기를 놓친 것이 결국 막판 레이스에 큰 부담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패한 정규시즌을 보낸 SK가 가을에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물론 이 지경에 몰렸다는 것만으로도 코칭스태프, 선수단, 그리고 모든 관계자들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