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상승세를 탔던 SK 타선이 10월 들어 거짓말처럼 침묵하는 듯 했다. 최종전에는 어깨 위에 올려진 ‘부담감’이라는 적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질 뻔했다. 하지만 극적인 순간 김성현과 나주환이라는 영웅이 등장했다. 마음이 무거웠던 두 선수가 막판 빚을 갚은 경기였다.
SK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상대보다 더 많은 출루를 하고도 득점권에서 침묵하며 위기에 몰렸으나 경기 막판 힘을 내며 4-3으로 역전승했다. 5위를 지키는 데는 성공했다. 5위 탈락 조기 확정은 당하지 않았r고 KIA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몰렸으나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
이날 NC 선발은 SK 천적인 이재학이었다. 이재학은 통산 SK전 14경기에서 6승2패 평균자책점 2.51, 문학에서 열린 SK전에서는 8경기 5승1패 평균자책점 1.18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재학만 나오면 SK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가뜩이나 벼랑 끝에 몰려 있었던 SK로서는 두 배의 부담감이었다.

선수들의 집중력은 예민했다. 끈질긴 승부로 이재학을 괴롭혔다. 이재학이 SK 타선에 이렇게 고전한 경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결정타가 없었다. 이재학을 확실히 쓰러뜨리지 못하고 끌려갔다.
0-1로 뒤진 1회 이재원이 동점 솔로포를 터뜨릴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이재학의 컨디션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2사 후이기는 했지만 뒤를 이어 정의윤 박정권 김성현이 모두 안타를 쳐 만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대수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SK가 초반 기선 제압에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1-2로 뒤진 2회에도 1사 후 나주환 이명기가 연속 안타를 쳐 1,3루를 만들었다. 실점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박재상이 삼진으로 물러난 것에 이어 이재원이 중견수 뜬공으로 타점 획득에 실패했다. 4회에는 1사 후 정상호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나주환이 병살타를 쳤다.
5회에도 답답한 양상이었다. 1사 후 대타 김기현, 그리고 이재원이 연속 볼넷을 골랐다. 하지만 정의윤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박정권이 좌익수 뜬공에 그치며 다시 점수를 내지 못했다. 1-3으로 뒤진 6회에는 1사 후 이대수가 중전안타, 그리고 정상호의 1루수 방면 타구 때 실책이 나오며 다시 1,3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나주환의 스퀴즈 시도가 무산된 것에 이어 병살타라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졌다.
7회에도 1사 만루에서 박정권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SK로서는 다행히 김성현이 김진성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중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동점을 만들며 기사회생했다. 1회 실책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김성현이 속죄의 한 방을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흐름은 대타 브라운의 루킹삼진으로 다시 끊겼다. 승기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확실한 기회에서 이를 놓쳤다.
하지만 이날 두 차례 병살타를 쳤던 나주환이 8회 김진성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솔로포를 터뜨리며 기어이 경기를 뒤집었다. 역시 속죄포였다. 최악의 상황에 몰릴 뻔했던 SK를 벼랑에서 구해내는 한방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