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올 시즌을 성공한 시즌으로 보지도 않지만 실패한 시즌으로 보지도 않았다.
넥센은 지난 2일 목동 삼성전 0-1 패배를 마지막으로 144경기를 모두 마쳤다. 공동 3위인 두산이 아직 1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넥센의 순위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패넌트레이스 긴 장정을 마감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넥센은 올해 순위가 떨어졌지만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염 감독은 최근 "사람들은 이 팀에 부상 선수가 많았는지 아닌지를 보지 않는다. 최종 순위만 기억한다. 지난해 2위였으니 2위 이하면 성공한 시즌은 아니다"라고 올해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염 감독은 "그래도 부상선수 없이 그냥 무너졌다면 최악이었겠지만 몇몇 선수들을 건져 '그래도 나는 행운아'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넥센은 초반부터가 매번 위기였다. 주전 포수 박동원이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며 주전 포수 없이 시즌을 시작했고 4월초부터는 톱타자 서건창이 두 달간 전열에서 이탈했다. 시즌 중반 이택근이 손목 부상으로 한 달간 결장했고 시즌 막판 김민성, 윤석민이 함께 부상을 당하는 등 한 번씩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염 감독이 스스로에게 행운아라고 위로할 수 있었던 데는 신예들의 활약이 있었다.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내야수 김하성과 데뷔 첫 3할 타율을 기록한 외야수 고종욱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고종욱은 올해 119경기에 나와 126안타(10홈런) 타율 3할1푼을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2011년 3라운드 신인으로 넥센에 입단한 고종욱은 2011년이 끝난 뒤 바로 상무에 입대해 지난해 팀에 복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막판 1군에 올라와 8경기에서 안타 없이 시즌을 마친 그는 올 시즌 염 감독에게 다시 제대로 기회를 부여받았고 서건창이 비운 1번타자의 자리에서 기대 이상 맹타를 휘둘렀다. 팀내 도루 공동 1위(22개)도 기록했다.
시즌 막판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선발 출장의 기회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올 시즌 그는 규정 타석(446타석)에서 딱 세 타석 모자란 443타석을 기록하며 많은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37차례의 멀티 히트로 가능성을 보였다. 빠른 발로 장타율 4할6푼4리를 기록했고 데뷔 첫 두자릿수 홈런도 맛봤다.
고종욱은 최근 "타율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발이 빠르기 때문에 더 많은 안타를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일단 올해는 팀내 도루 1위가 목표다. 올해 많은 경험을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넥센은 서건창을 잠시 잃었지만 그 덕분에 고종욱이라는 원석을 발굴할 수 있었다. 그가 올해 잡은 기회를 토대로 내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