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절망 사이, 제주는 끝까지 희망만 봤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5.10.05 05: 59

상황은 절망에 가까웠다. 열세 중에 열세. 그러나 제주 유나이티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희망만 바라봤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모두가 불리하다고 했지만 제주는 스플릿 라운드 상위 그룹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최고의 승부였다. 2-0에서 2-2, 그리고 3-2. 제주가 마지막에 미소를 지었다. 제주는 지난 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홈경기에서 3-2로 승리를 거뒀다. 김상원이 2골, 로페즈가 결승골을 넣어 승전보를 전했다.
이날 승리로 제주는 한 장 남았던 스플릿 라운드 상위 그룹행 마지막 티켓을 차지했다. 32라운드까지 6위에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성남 FC에 패배하며 승점 45에 머물렀다. 반면 제주는 13승 7무 13패(승점 46)이 돼 인천을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제주는 다득점 승리를 노렸다. 제주가 승리해도 인천이 무승부를 거두면 골득실을 따져야 했기 때문이다. 인천이 비길 경우 제주에 필요한 것은 3골 차 이상 승리였다. 시작부터 강공을 펼쳐 빠른 시간 내에 골을 넣을 필요가 있었다.
경기 내내 희비가 교차했다. 제주는 전반 1분 김상원이 골을 넣어 미소를 지었다. 전반 16분에 김상원이 추가골을 넣자 실낱 같은 희망은 더욱 커졌다. 1골만 더 넣으면 됐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상황이 변했다.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전북이 이근호를 앞세워 2골을 내리 넣었다.
희망은 다시 사라졌다. 인천은 여전히 0-0이었다. 제주에 필요한 득점은 3골. 사실상 힘들었다. 절망에 가까웠다. 그러나 제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상위 그룹행이 힘들어보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성남이 후반 37분 득점을 올렸다. 주포 황의조가 인천의 골문을 흔들었다. 제주의 실낱 같던 희망은 다시 커졌다. 필요했던 3골이 이제 1골로 변했다. 제주에 필요한 건 다득점 승리가 아니라 승리 그 자체로 바뀌었다.
제주는 승부수를 던졌다. 송수영을 넣고 김현을 투입했다. 골만 넣으면 상위 그룹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뛰었다. 이 순간 만큼 승리에 대한 간절함은 전북보다 제주가 우위를 점했다.
간절함은 현실로 이어졌다. 후반 43분 로페즈가 천금 득점포를 가동했다. 끝까지 희망을 바라보던 제주는 환호했다. 6800여명의 관중들과 코칭 스태프, 선수들은 한마음이 돼 환호성을 내질렀다. 제주는 추가 시간 6분 동안 철통 방어를 펼쳐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제주 조성환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다"면서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적장 최강희 감독도 "정신력 차이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본다. 제주의 애절함이 더 컸다"며 희망의 끈을 놓치 않은 제주에 박수를 보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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