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2015 시즌은 아쉬움만이 남는다. 작년 롯데는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사분오열했고 CCTV 사찰 파문까지 터지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종운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첫 프로야구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고, 일단 시즌 개막 전까지 팀을 추스리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는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5월까지는 팀 타선의 힘으로 선전했지만, 6월부터 팀 성적이 추락하자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비교적 경험이 적은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어쩔 수없이 위기대응이 기민하지 못했다. 9월 초에는 연승을 달리면서 한때 5위 자리도 탈환했지만, 막판 뒷심부족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롯데는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전을 끝으로 6개월 간 이어진 144경기 정규시즌 레이스를 모두 마쳤다. 성적은 66승 77패 1무, 승률 4할6푼2리로 8위다. 아직 KBO 리그 정규시즌이 모두 끝난 건 아니지만, 롯데의 순위는 8위로 결정됐다.

롯데에 '8위'는 아픔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암흑기는 4년 연속 최하위라는 성적표로 나타났다. 물론 올해 롯데는 뒤에 2팀이나 더 있지만, 거듭해서 순위가 하락하고 있는 건 우려할만한 일이다. 2011년 첫 정규시즌 2위를 찍고, 2012년에는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플레이오프까지 치렀던 롯데는 2013년 5위로 5년 연속 가을야구를 마감했고 2014년에는 극심한 혼란 속에서 7위를 거뒀다. 그리고 올해 받은 성적표가 8위다.
과연 올해 롯데는 무엇을 얻었을까.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롯데의 순위를 하위권으로 예측했다. 많은 이들이 kt를 최약체로 꼽았고, 롯데와 KIA를 하위권 후보로 내다봤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8위라는 성적표는 전력대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외국인선수 3인방의 활약과 몇몇 타자들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얻은 점은 분명히 있다. 우선 타자들 중에는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선수가 적지 않다. 강민호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타율 3할1푼1리에 35홈런 86타점을 기록하며 지난 2년 동안 겪은 타격부진을 씻어냈다. 포수 3할-30홈런은 강민호가 KBO 리그 최초다. 최준석 역시 FA 계약 2년 차에 타율 3할6리 31홈런 109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고, 황재균은 타율 2할9푼에 26홈런 97타점으로 홈런과 타점에서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정훈은 타율 3할 달성에 성공,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자가 됐다.
유망주의 성장도 있었다. 내야수 오승택은 타율 2할7푼5리에 8홈런 43타점으로 1군 붙박이로 자리잡았다. 수비불안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향후 롯데 내야를 책임질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대륙은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수비로 내야를 탄탄하게 했고, 홍성민은 무려 67경기에 출전하며 이제는 불펜 핵심선수로 자리 잡았다.
5월 단행한 트레이드 역시 좋은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애지중지하던 포수 장성우를 비롯해 선수 5명을 kt에 내준 대신 4명을 받아 온 롯데는 미래를 봤다. 핵심카드 박세웅은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성민은 50경기에 출전하며 롯데 불펜 세대교체에 앞장섰다. 좌완 조현우도 퓨처스리그에서 성장하고 있고, 포수 안중열은 신인답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며 장성우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웠다.
외국인선수 3인방의 성공도 롯데에는 큰 호재다. 조쉬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는 각각 13승과 11승으로 24승을 합작했다. 롯데의 올 시즌 팀 퀄리티스타트는 59번, 이들 둘이서만 42번을 했는데 71%를 책임졌다. 여기에 외야수 짐 아두치는 롯데 역사상 첫 20홈런-20도루를 달성해 호타준족을 뽐냈다. 이들 3명 모두 내년에도 롯데에 남는 걸 장담하기에는 이르지만, 재계약대상자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2016년 변수를 줄일 수 있다.
올해 롯데의 공식 슬로건은 'Restart 2015! 다시 뛰는 거인의 심장'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거인의 심장은 올해도 여전히 뛰었지만 그 맥박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래도 올해 성과가 있었기에 내년 봄을 기다리는 게 실망스럽지만은 않다. 중요한 건 이번 겨울, 롯데가 내년 '거인의 심장'을 다시 세차게 뛰게 하려면 그만큼 힘겨운 풀무질이 필요하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