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루키 엄상백(19, kt 위즈)이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호투했다. 시즌 중반 신인 투수의 한계를 노출했지만 시즌 막판 등판에서 가능성을 보이며 미래를 밝혔다.
엄상백은 올 시즌 kt가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투수 중 한 명이다. kt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엄상백을 지명했고, 즉시 전력감으로 기대를 모았다. 구위뿐만 아니라 길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선발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진 못했다. 고졸 루키가 1군 개막 엔트리에 합류할 가능성은 적었다.
그러나 4월 26일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았고, 곧바로 수원 넥센전에 선발 데뷔전을 가졌다. 결과는 3⅓이닝 5실점. 리그 최강의 타선을 자랑하는 넥센의 벽을 넘기 쉽지 않았다. 이후 한 차례 구원 등판으로 서서히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엄상백에게 본격적인 선발 기회가 온 것은 박세웅이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하면서 부터다. kt가 박세웅을 트레이드시킬 수 있었던 건 엄상백에 대한 기대치 역시 높기 때문이었다.

엄상백은 5월 초부터 꾸준한 기회를 부여받았고 5월 19일 마산 NC전에선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고졸 루키 엄상백이 1승을 따내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5월에만 선발로 6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했다. 1군에 순조롭게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6월 들어 부진했다. 6월 4경기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9.95. 7월 6경기에선 1패 평균자책점 11.48로 더 깊은 부진에 빠졌다.
선발과 구원을 오갔던 엄상백은 8월 12일 구원 등판 이후 1군 엔트리서 말소. 재조정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8월 28일 수원 KIA전에서 선발 복귀전을 가졌는데, 7이닝 무실점 데뷔 후 최고의 피칭으로 승리를 따냈다. 더위가 잦아들자 엄상백의 구위는 좋아졌다. 9월 4경기서도 2승 1패 평균자책점 4.42로 안정감을 찾았다. 4일 사직 롯데전 마지막 등판에선 박세웅과 맞대결을 펼쳐 5이닝 2실점. 4회 오승택에게 투런포를 맞았지만 씩씩한 피칭으로 제 임무를 다 했다.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으나 올 시즌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남겼다. 엄상백은 크리스 옥스프링(31경기), 정대현(25경기)에 이어 3번째로 가장 많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아울러 100이닝을 소화하면서 2008년 정찬헌(LG) 이후 7년 만에 100이닝을 돌파한 고졸 루키 투수가 됐다. 신생팀이기에 꾸준한 기회를 부여받은 점도 있지만 시즌 막판 충분히 기대에 부응하는 피칭을 보여줬다. 다음 시즌 선발진이 불투명한 kt에 큰 힘이 되는 엄상백의 피날레였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