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김도훈의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10.05 05: 30

인천 유나이티드와 김도훈 감독의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천이 다잡았던 상위 스플릿행 티켓을 마지막에 놓쳤다. 지난 4일 탄천종합운동장서 열린 성남FC와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원정 경기서 후반 37분 황의조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졌다. 승점 45에 머무른 인천은 안방에서 전북 현대를 3-2로 제압한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46)에 그룹A행을 양보해야 했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경기 후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많이 아쉽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천은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인천은 이날 경기 전까지 상위 스플릿 진출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다. 제주, 전남, 울산 등 쟁쟁한 기업 구단들과의 경쟁을 맨 앞에서 이끌었다. 갖은 풍파를 헤치고 이뤄낸 기적이었다.
인천은 시즌 개막 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김봉길 감독이 팀을 떠난 뒤 후임 선임 작업에 애를 먹었다.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유력했던 이임생 감독이 끝내 고사하면서 쉽사리 선장을 찾지 못했다. 김도훈 감독은 지난 1월 13일이 돼서야 인천 사령탑으로 정식 부임했다. 개막을 불과 두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지휘봉을 잡은 셈이었다.
설상가상 팀의 구심점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설기현이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돌연 은퇴하며 성균관대 감독대행으로 부임했다. 김도훈 감독이 짙은 아쉬움이 나타냈을 정도로 베테랑 설기현의 이탈은 치명적인 전력 손실이었다.
인천은 시즌 개막 후에도 곤욕을 치렀다. 선수단과 구단 직원의 급여가 수 차례 제 때 지급되지 않으면서 홍역을 앓았다. 제대로 된 지원은 만무했다.
기적은 어려움 속에 찾아왔다. 다른 팀서 벤치를 달구거나 부상 등으로 아픔을 겪었던 이들이 김 감독의 든든한 믿음 속에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시즌 내내 꾸준한 성적을 냈지만 마지막 한 걸음이 부족했다. 짙은 아쉬움은 당연했다. 김도훈 감독도, 그의 제자들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인천은 오는 14일 안방에서 전남과 2015 하나은행 FA컵 4강전을 치른다. 우승까지 단 두 걸음이다. 반대편에선 울산과 서울이 격돌한다. 인천으로선 상위 스플릿 진출 무산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경기만 이기면 FA컵 우승과 함께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하위 스플릿 5경기도 남았다. 이미 1부리그 잔류를 확정지어 동기부여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김 감독은 "그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역경을 이겨내고 피어난 꽃이 가장 아름답다. 인천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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