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가을야구’ 정의윤이 꿈꾸는 마무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06 10: 24

이적 이후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정의윤(29, SK)이 생애 처음으로 당당한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다. 팀의 4번 타자로서 어깨가 무겁기는 하지만 부담을 덜어내고 2015년 마무리를 완벽하게 짓는다는 각오다.
SK는 7일 목동구장에서 정규시즌 4위 넥센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만약 7일 경기에서 지거나 무승부를 기록할 경우 SK의 가을은 한 경기로 끝난다. 이에 선수들은 “아직 힘은 충분히 남아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며 가을야구를 연장하겠다는 각오다. 이적한 지 이제 두 달 정도가 지났지만 SK 팀 문화에 완벽히 녹아든 정의윤의 각오도 다르지는 않다.
정의윤은 올 시즌 SK의 최대 수확 중 하나이자 리그에서 가장 놀라운 선수 중 하나였다. 7월 24일 LG와의 3대3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은 정의윤은 인천 입성 후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SK의 4번 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부족한 우타 대타 활용성을 높여줬으면 좋겠다”라던 당초 SK의 기대를 뛰어 넘는 맹활약이었다. 이제 정의윤이 없는 SK 타선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 정의윤에게도 포스트시즌은 설레는 무대이자 긴장되는 무대다. 정의윤은 5일 “팀 주축 선수로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실제 정의윤은 가을야구 경험이 거의 없다. 소속팀 LG가 2012년까지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고 2013년과 2014년은 자신의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정의윤은 2013년 플레이오프에서 1타수 무안타, 2014년 준플레이오프에서 2타수 무안타 1득점을 한 것이 가을 경력의 전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제는 SK 부동의 4번 타자다. ‘원래 간판’인 최정의 복귀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재원 박정권 브라운 등과 함께 SK의 중심타선을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어깨에 놓였다. 이에 대해 정의윤은 5일 “부담을 가지고 하면 안 되는 경기인 것 같다. 막상 경기가 들어가면 마음 조절이 잘 안 되겠지만 똑같은 경기로 생각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빨리 이기고 싶다”라고 웃어보였다. 끓어오르는 투지까지 숨기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치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선배들의 격려와 또래 선수들의 환대 속에 SK를 가슴에 품었고 이제는 책임감도 부쩍 늘었다. 정의윤은 3일 인천 NC전 7회 중전안타 상황에서 방망이를 던진 이유에 대해 “초구와 2구 모두가 빠른 공이었다. 노린 공들이었는데 파울이 됐다. 결과를 떠나 이것을 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너무 화가 났다”라고 털어놨다. 행운의 안타로 해피엔딩이 된 이 장면에서 정의윤의 집중력과 투지가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엿볼 수 있다.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임무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정의윤은 “넥센 투수들이 다 좋다. 필승조가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초반 기 싸움이 중요할 것 같다”라며 선봉장다운 생각을 밝혔다. 가을야구가 남의 일이기만 했던 정의윤은 이제 더 이상 주변인이 아니다. 주역이 되어야 한다. “반드시 잠실로 가야 한다, 아니 갈 것이다”라고 힘줘 말하는 정의윤은 아직 올 시즌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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