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4일 사직 kt 위즈전을 끝으로 2015시즌 144경기 정규시즌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휴가를 받고 재충전중인데, 여전히 구단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이종운 감독은 지난 해 롯데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3년 계약을 맺었다. 1년 차 성적은 결코 만족스럽지 못했다. 단순히 8위라는 순위표가 문제인 건 아니다. 부임 당시 롯데는 사분오열 된 상황이었는데, 이 감독은 이를 수습해야 할 임무를 받았다. 일단 구성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시즌을 시작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1년을 꾸려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부족한 점이 보였다. 올해 KBO 리그는 144경기로 경기수가 늘어나면서 뼈대가 강한 팀이 아니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창원 대표이사는 "올해 냉정하게 우리 전력은 중위권 싸움을 할 정도였다"고 진단했고, 기준이 그랬기에 감독에게 성적 부담을 크게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매 경기 총력전을 방불케하는 운영을 했고, 성과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이 감독은 1년 만에 구단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감독은 "모두 다 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일단은 며칠 쉬면서 올 시즌을 돌아보고, 내년 시즌 철저하게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거취에 대해 구단은 어떤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감독의 계약기간은 3년이고 지금은 한창 계약기간 중이다. 한 관계자는 "구단 차원이 아닌 더 높은 곳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지금 롯데는 작년 이맘때와 마찬가지로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가장 큰 화제는 사령탑의 거취다. 시즌 막판부터 구단 내부와 선수단에서는 이 감독의 거취가 화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롯데 구단과 접촉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지난 5일 입국한 로이스터 전 감독은 "롯데 구단과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고, 구단 고위 관계자도 "지금 로이스터 감독과 따로 만날 이유는 없다"고 말했지만 이제 첫 시즌을 보낸 이 감독을 두고 이런 설왕설래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롯데는 어떤 방향이든 빨리 결정하는 편이 낫다. 롯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15일까지 휴식을 갖고 16일부터는 다시 소집훈련에 들어간다. 그리고 25일에는 대만 타이난으로 가을 마무리 훈련을 떠난다. 구단은 이번 마무리 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정훈과 같은 주전 내야수까지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2016 시즌의 시작은 사실상 이번 마무리 훈련부터다. 이 감독이 구단으로부터 재신임을 받는다면 여유 있게 선수단을 파악할 시간이 생기는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또 하나의 혼란을 더할 뿐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1970년대 전성기를 이끌었던 얼 위버 감독은 "감독은 12월에 이미 승부를 결정짓는다. 7월에는 패하지 않으려고 애쓸 뿐이다. 비시즌 기간 훈련과 트레이드, 선수영입을 통해 이미 시즌 성적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비시즌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지금도 하나의 격언처럼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롯데는 지금부터가 중요하고, 중심을 새로 잡는 게 필요할 때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