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2015년이 아쉽게 끝났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프로는 결과로 말하고, 그 결과에서 SK는 실패한 시즌을 보냈다. 2016년은 좀 더 냉정한 판단 속에서 만들어가야 한다.
SK는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연장 11회 끝내기를 허용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6회까지 3-1 리드, 그리고 연장 11회 4-3 리드라는 두 차례 호기를 움켜쥐지 못했다. 타선은 득점권에서 약한 모습을 선보였고 불펜 투수들은 힘겨운 싸움 끝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로써 SK의 2015년 일정은 모두 종료됐다.
아쉬움이 큰 시즌이었다. SK는 올해를 앞두고 최정 김강민 등 FA 선수 전원을 잔류시키며 전력을 유지했다. 군 복무를 마친 정우람이 가세했고 지난해보다는 외국인 인선에서도 나은 모습을 보였다. 자연히 성적은 올라가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SK는 정규시즌에서 5할 승부를 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막판 8위에서 5위까지 뛰어 오르며 힘을 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시즌은 아니었다.

SK는 2015년을 통해 ‘왕조 시절’과 완벽한 작별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 때 그 선수들은 더 이상 리그를 지배할 만한 응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모두 개인 성적이 예전만 못했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름값으로 야구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더 냉정히 팀을 바라봐야 한다. 3할 타자 1명, 토종 10승 투수가 1명에 불과한 SK의 개개인은 더 이상 강하지 않다. 이름값이나 과거 영예에 취하지 않는 똑바른 시선이 필요할 때다.
김용희 SK 감독은 내년에도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이 주창한 ‘시스템 야구’는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의 몸 상태 관리는 잘 됐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시스템’의 오류 때문이었다. 여기서 시스템의 오류를 빨리 바로 잡지 못하고 흘러온 결과가 바로 지금 이 초라한 탈락이었다. 여기에 부상 선수 등 변수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것도 뼈아팠다. SK의 부족한 ‘시스템’에는 그런 대처법이 없었고, 결국 결단력 없는 시기가 이어지며 성적 저하를 받아들여야 했다.
‘현장 감각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내년에는 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시스템을 개조할 만한 충분한 시간도 있다. 또한 시스템은 감독 주도의 직관과는 다르다. 감독, 코치, 선수, 그리고 구단 프런트가 모두 머리를 맞대 고쳐갈 수 있다. 집단 지성의 최대 장점이다. SK는 올해 시스템 수정에 굼뜬 모습을 보였다. 이제 막 시작한 시스템인 만큼 잘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왕 시스템 야구를 시작했다면, 김용희 감독 체제를 흔들지 않고 최대한 힘을 실어주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객관적인 전력이 우승권이 아니라는 것은 올 시즌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이제는 구단의 육성이나 전력 보강 측면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SK는 지금까지 전력 보강 자체에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여기에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신예 선수들은 잘 뽑지도, 잘 키우지도 못했다. 그 결과 물이 고였고 올해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위기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예비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SK 리빌딩의 시작이 될 것이다. 당장 FA부터 SK는 골치 아픈 일들이 많다. 올 겨울을 잘 보낸다면 내년 성적은 더 나아질 만한 능력이 있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 없이 우왕좌왕한다면 진짜 추락이 시작될 것이다. SK의 올 겨울은 창단 이후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