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전격적으로 감독을 교체했다. 이번에도 초보 감독 카드를 꺼내들었다.
롯데는 8일 이종운 감독을 경질하면서 조원우 SK 수석코치를 제17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종운 감독은 계약 1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비운을 맛봤다. 반면 조원우 신임 감독은 1970년대생으로 가장 먼저 감독 자리에 올라 국내 최고 인기구단 롯데호의 선장이 됐다.
조원우 감독은 롯데의 제17대 사령탑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감독이 거쳐 갔다. 그 중에는 다른 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파격 선임의 역사가 자리한다. 초보 감독은 물론 외국인 감독까지 기존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감독 선임으로 다양한 모험을 했다.

롯데는 1984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제2대 강병철 감독과 1986년 시즌을 끝으로 이별했다. 그런데 1990년 제6대 감독으로 다시 강병철 감독을 데려왔다. 팀을 떠난 감독이 다시 돌아온 최초의 케이스. 강 감독은 1993시즌 이후 한화로 떠났지만, 2006년 제12대 감독으로 컴백하는 등 롯데에서만 3번 감독을 지냈다.
초보 사령탑 카드도 가장 많이 썼다. 대표적인 사람이 김용희 현 SK 감독이다. 김용희 감독은 만 38세였던 1994년 롯데 제7대 감독에 선임됐다. 초시계를 들고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김용희 감독은 2년차였던 1995년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용희 감독에 이어 故 김명성 감독도 1999년 처음 지휘봉을 잡고 첫 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과를 올렸다. 이어 양상문 현 LG 감독도 2004~2005년 롯데에서 처음 감독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2년간 포스트시즌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리빌딩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파격적인 선임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었다. KBO리그에서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앉히는 파격을 단행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2008~2010년 노피어 정신으로 화끈한 공격야구를 펼치며 3년 연속 가을 야구를 견인했다. 롯데 야구가 가장 뜨거웠던 시절로 회상된다.
뒤이어 양승호 감독도 고려대를 이끌다 롯데의 제14대 감독으로 깜짝 선임됐다. 양승호 감독 역시 2006년 LG에서 감독대행을 경험한 것이 전부인 초보 감독이었으나 2011년 롯데를 최초로 페넌트레이스 2위로 이끄는 등 2년 연속 가을 야구로 지도력을 발휘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CCTV 사건으로 내홍을 겪는 중 이종운 감독을 전격 발탁해 화제가 됐다. 대부분 시간을 고교야구 감독으로 보낸 이종운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쑥대밭이 된 팀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첫 해 8위로 마치며 경질되고 말았다.
롯데는 이종운 감독에 이어 다시 조원우 감독이라는 초보 감독을 택했다. 로이스터 전 감독의 복귀설이 꾸준히 나온 가운데 이뤄진 인사라 모두가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보라서 더 놀랍다. 롯데의 오래된 전통이 되고 있는 감독 깜짝 선임의 역사에 한 페이지가 더해졌다. 과연 조원우 감독 선임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