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농구결산①] 중국전 패배는 용병술의 실패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10.10 07: 02

한국남자농구는 왜 아시아 6위에 그쳤을까.
국가대표팀이 손빨래를 하고 제대로 못 먹고 뛴 것은 분명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다. 그렇다고 저조한 성적의 변명거리는 될 수 없다. 한국농구는 실력이 부족해서 졌다.
김동광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3일 막을 내린 2015 아시아농구선수권에서 최종 6위를 기록했다. 2009년 텐진선수권 7위 후 최악의 참사였다. 한국농구가 아시아 4강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역대 두 번째다. 대회는 끝났지만 경기력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 필요하다. 

▲ 중국전 패배...지나친 주전의존이 불러온 결과
한국은 요르단과의 첫 경기서 3점슛 15개를 폭발시키며 87-60으로 대승해 출발이 좋았다. 두 번째 중국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전에서 20점을 이기던 경기를 패한 가장 큰 원인은 용병술의 실패에 있었다.
한국은 경기시작 후 6분 동안 15-6으로 앞서 나갔다. 양동근, 조성민의 3점슛은 펑펑 터졌고, 이승현은 이젠롄을 페인트존 바깥으로 밀어냈다. 어린 팀 중국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27-14로 1쿼터를 앞섰다. 8천 여 명의 중국 관중들이 일제히 고요해졌다.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중국기자들까지 “중국이 노련한 한국을 상대하기 너무 어리다. 우리는 승산이 없다”며 자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김동광 감독이 주전들의 교체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이다. 양동근과 조성민 등 노장들은 잘했지만,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김종규와 문태영은 파울이 쌓여갔다. 불안요소가 있었지만 코칭스태프는 계속해서 주전으로 밀어붙였다. 2쿼터 초반 교체타이밍을 놓친 것이 후반전 엄청난 후폭풍으로 다가왔다.
양동근은 2쿼터 종료 2분 56초를 남기고서야 김태술과 교대했다. 조성민은 계속 뛰었다. 2쿼터 종료 1분 38초를 남기고 한국은 44-24로 20점을 앞섰다. 이대로 20점차가 유지되고 전반전이 끝난다면, 중국의 사기가 크게 꺾이는 상황.
이 때 부터 한국은 연속 9점을 줬다. 교체로 들어간 김태술이 공격자파울과 실책을 연발하며 크게 흔들렸다. 김태술을 믿지 못한 김동광 감독은 2쿼터 막판 다시 양동근을 넣었다. 결과적으로 이 때를 계기로 김태술은 완전히 자신감을 잃고 대회 내내 부진했다. 양동근 역시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피로가 가중됐다. 한국은 44-33으로 다급하게 쫓기며 전반전을 마쳤다. 전반전 마무리만 잘했더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 중국의 압박수비에 대처를 하지 못했다.
한국은 4쿼터 더 이상 싸울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공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조성민과 양동근이 지쳤고, 막판에 슛이 터지지 않았다. 중국전을 마친 뒤 김동광 감독은 “전반전 마지막에 지켜야 할 점수를 못 지킨 것이 패인이다. (박)찬희가 안 되니 가드가 양동근과 김태술 둘이다. 태술이를 내보내니 점수를 다 까먹었다. 버텨줬어야 했다. 나중에 경기를 잡으려고 (양)동근이를 무리하게 썼다. 마지막 작전 하나가 아쉬웠다. 내가 부족해서 졌다”며 패착을 인정했다. 하지만 버스는 떠난 뒤였다.
▲ 4파울 김종규, 왜 마지막 순간에 안 썼나? 
공수리바운드에서 기여도가 컸던 문태영은 4쿼터 종료 7분 26초를 남기고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일찌감치 파울관리를 해줬어야 했다. 4반칙을 범한 김종규는 가장 중요한 4쿼터 막판 벤치에 앉아있었다. 특히 저우치(21점, 8리바운드, 2블록슛)가 강상재 앞에서 따낸 리바운드 하나가 엄청나게 컸다. 막판 한국은 저우치에게 공격리바운드를 헌납해 패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종규의 빈자리가 아쉬웠다. 김종규가 나와 리바운드 하나, 수비 하나만 해줬더라도 이길 수 있었다.
4쿼터 막판 김종규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해 김 감독은 “(김)종규가 파울이 4개라 수비를 안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강상재까지 큰 선수 3명으로 갔다.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공격이 문제였다. (조)성민이하고 (양)동근이가 그전까지 잘 지켜줬다. 풀게임을 뛰기에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중국전에 대해 김종규는 “덩크슛 말고 보여드린 게 없었다. 4쿼터 마지막에 뛰지 못한 것은 아쉽다. 다만 나를 기용하시지 않은 것은 감독님의 결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중국전에서 한국은 너무 많은 체력을 썼다. 무리를 했으니 반드시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힘은 힘대로 쓰고, 졌으니 결과적으로 최악이 됐다.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한국전 하프타임에 공루밍 중국 감독은 흥분한 선수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경기 후 공루밍 중국 감독은 “하프타임에 우리 선수들에게 침착하게 정상적으로 경기하라고 했다. 전반전 야투율이 24%에 불과했다. 선수들이 너무 흥분해서 쉬운 슛을 놓쳤기 때문이다. 예선 경기니까 편하게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전반전 한 때 20점을 졌던 중국은 후반전 어떻게 반등에 성공했을까. 공루밍은 “한국에 점수를 많이 줘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라고 했다. 오늘 훌륭한 교훈을 얻었다. 지금의 상승세를 가지고 더 좋은 플레이를 하겠다. 한국전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선수들이 더 경험이 많지만, 중국선수들은 미래가 밝다”며 만족했다.
중국은 다 졌다고 생각했던 한국전을 잡으며 9연승으로 우승하는 원동력을 얻게 됐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남 좋은 일만 해줬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장사(중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① 중국전 패배는 용병술의 실패
② 카타르전 패배, 준비가 부족했다
③ 동근·성민에 지나친 의존...침묵한 문태영
④ 리바운드 亞최하위...골밑싸움 참패
⑤ 고정된 주전라인업...아쉬운 최준용의 가치
⑥ 저조한 성적에 세대교체 실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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