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는 왜 아시아 6위에 그쳤을까.
국가대표팀이 손빨래를 하고 제대로 못 먹고 뛴 것은 분명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다. 그렇다고 저조한 성적의 변명거리는 될 수 없다. 한국농구는 실력이 부족해서 졌다.
김동광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3일 막을 내린 2015 아시아농구선수권에서 최종 6위를 기록했다. 2009년 텐진선수권 7위 후 최악의 참사였다. 한국농구가 아시아 4강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역대 두 번째다. 대회는 끝났지만 경기력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 필요하다.

▲ 카타르전, 코칭스태프들도 우왕좌왕
한국이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결정적 계기는 2차 결선 2차전 카타르전 패배였다. 필리핀이 이란을 87-73으로 잡아줬다. 한국은 중국전 패배를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이 카타르를 이기면 F조 2위가 되는 상황. 그럴 경우 한국의 8강 상대는 일본, 준결승 상대는 필리핀이었다. 결과론이지만 이란을 8강에서 만나 62-75로 대패를 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한국은 굴러들어온 복을 스스로 발로 찼다. 준비가 부족했다.
카타르전 한국은 1쿼터를 14-2로 시작했다. 이후 경기양상은 180도 바뀌었다. 문태영, 이승현, 조성민 등 믿었던 선수들이 동반 슛부진을 겪었다. 전술적인 패착이 컸다. 한국이 2-3 지역방어를 서자 곧바로 카타르 선수들이 3점슛을 쏘면서 반격했다. 상대의 외곽슛 능력을 너무 무시했다. 카타르는 2쿼터에만 3점슛 5방을 터트렸다. 상대에 대한 분석이 돼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국은 상대의 수비를 깨지도 못했다. 카타르가 지역방어로 전환하자 김동광 감독은 양동근, 조성민, 이정현의 3가드를 투입했다. 3점슛으로 활로를 열 목적이었다. 하지만 2쿼터 한국은 3점슛 12개를 던져서 3개만 넣었다. 믿었던 양동근과 조성민도 3점슛 1/4로 터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3가드를 쓰면서 리바운드에서 밀려 역공을 허용했다. 다급해진 한국은 3분 만에 이정현을 빼고 문태영을 넣었다. 그래도 높이에서 밀리자 최준용까지 투입됐다. 코칭스태프도 우왕좌왕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정현은 “아무래도 난 슈터다. 그 때 한국 앞선이 워낙 좋아서 (양)동근이 형, (조)성민이 형과 했다. (문)태영이 형이 안 좋았는데 내가 3번으로써 투지 있게 리바운드를 했어야 했다. 리바운드가 안 되니 들어가서 피해만 주고 나왔다”며 반성을 했다.
엄밀히 말해 선수의 잘못은 아니었다. 이정현이 스몰포워드로 투입됐을 때 리바운드에서 밀릴 것은 당연지사였다. 코칭스태프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측했어야 맞다. 이정현은 경기당 14.6분을 뛰고 6.1점, 3점슛 39.4%를 기록하며 조성민의 백업 역할을 충실히 했다. 잘못된 투입으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는 결과가 됐다.
▲ 전력분석원, 아이디카드도 없었다
한국은 리바운드에서 48-35로 크게 밀렸다. 특히 공격리바운드를 19개나 내줬다. 믿었던 3점슛은 6/25, 24%로 저조했다. 상대의 가장 큰 무기는 막지 못했고, 우리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카타르전을 앞두고 김동광 감독은 “2차 연장까지 간 카타르-레바논 경기를 구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CD를 주지 않았다. 결국 카타르 전력분석은 대만전 경기영상을 3번 보고 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전 패인은 준비 부족이었다.
한국의 전력분석원은 아이디카드를 발급받지 못해 상대팀의 현장전력분석에 어려움이 있었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은 “아이디가 안 나왔지만, 경기를 참석해서 봤다. 내가 대신해서 (아이디카드를) 만들어줬다. 중요 경기는 다 봤을 것이다. 코칭스태프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방 회장의 말과는 달리 선수단 확인결과 이창수 전력분석원은 끝내 아이디카드를 발급받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8강 토너먼트 첫 경기서 카타르를 81-67로 어렵지 않게 이겼다. 일본의 높이가 한국보다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은 끈끈한 움직임으로 리바운드서 34-36로 대등했다. 카타르는 일본을 상대로 3점슛이 24%로 부진했다. 한국전에서 15점, 3점슛 3개를 기록한 압둘라만 알리는 일본전 3점에 묶였다. 일본이 철저한 전력분석으로 미리미리 상대 길목을 차단한 결과였다. 결국 일본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카타르를 잡았고, 18년 만에 아시아 4강에 올랐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장사(중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① 중국전 패배는 용병술의 실패
② 카타르전 패배, 준비가 부족했다
③ 동근·성민에 지나친 의존...침묵한 문태영
④ 리바운드 亞최하위...골밑싸움 참패
⑤ 고정된 주전라인업...아쉬운 최준용의 가치
⑥ 저조한 성적에 세대교체 실패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