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두산과 넥센의 준 플레이오프는 지금도 여러 장면때문에 회자되곤 한다. 끝내기 찬스에서 나온 스퀴즈 실패, 박병호의 9회말 2아웃 동점 스리런 등이 나왔던 게 바로 2년 전 준 플레이오프였다.
스코어나 치열함만으로 따지면 명승부였지만, 사실 경기 내용은 최악의 졸전이었다. 1차전은 무난하게 넥센이 승리했지만 2차전부터 양 팀은 실수를 거듭했다. 8회초 서건창의 실책으로 두산이 먼저 1점을 냈지만, 8회말 두산은 2사 1루에서 홍상삼이 1이닝 3폭투로 동점을 만들어줬다. 결국 승부도 실책으로 갈렸다. 장기영(장민석으로 개명)의 연장 11회 1사 3루에서 나온 '총검술 번트'는 3차전이었다. 한 언론사는 이 시리즈를 두고 '이것도 야구냐'라는 1면 제목을 내걸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 둘은 포스트시즌에서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준 플레이오프 1차전은 충분히 명승부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경기였다.

일단 포스트시즌답게 양 팀 선발투수의 호투가 빛났다. 넥센 선발 양훈은 이적 첫 해 준 플레이오프 1선발로 낙점받는 영광을 누렸다.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라는 중압감 속에서도 양훈은 5⅓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두산 강타선을 막아냈다.
니퍼트 역시 마찬가지다. 통산 넥센전 9점대 평균자책점을 딛고 7이닝 3피안타 2실점 역투를 펼쳤다. 피안타 3개 가운데 2개가 홈런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넥센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묶었다. 올 시즌 부상으로 결장하는 날이 많아졌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두산 팬들이 목놓아 부르는 그 이름 '니느님(니퍼트+하느님)' 다웠다.
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양 팀 타자들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넥센은 팀 홈런 1위 답게 호투를 펼치던 니퍼트를 상대로 솔로홈런 2방으로 2점을 뽑았다. 2회 박동원이 선제 솔로포를, 6회에는 박병호가 달아나는 솔로홈런을 날렸다.
두산 역시 저력이 있었다. 3회와 5회 병살타가 나왔지만 6회 무사 1,3루 찬스에서 민병헌이 내야땅볼로 1점을 따라갔다. 이어 7회에는 1사 3루에서 김재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수빈이 곧바로 2루타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파고는 계속 일었다. 넥센은 2-2 동점이었던 8회초 1사 후 고종욱과 이택근의 연속안타로 1,3루 찬스를 잡았고, 4번 박병호가 앤드류 스와잭의 몸쪽 공을 힘으로 이겨내며 외야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두산은 9회말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과 연장 10회말 1사2루에서 첫 포스트시즌 첫 타석에 들어선 대타 박건우가 끝내기 안타를 날려 4-3 역전극을 마무리했다. 2년 전 팬들의 심정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던 두 팀의 준 플레이오프, 일단 1차전만큼은 팽팽한 명승부였다. /cleanupp@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