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반, 4번 타자 전쟁은 박병호(넥센)의 승리로 보였다. 하지만 김현수(두산) 역시 '타격기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는 장군멍군, 웃은 자는 김현수였다.
두산은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3으로 극적인 역전 승리를 거뒀다.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7이닝 2실점으로 버틴 가운데 2-3으로 끌려가던 9회말 1사 후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로 밀어내기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0회말 대타 박건우가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먼저 성과를 낸 4번 타자는 박병호였다. 올해 박병호는 홈런 53개를 날리며 4년 연속 홈런왕을 거머쥐었다. 4년 연속 홈런왕, 그리고 2년 연속 50홈런 돌파는 역대 KBO 리그 최초 기록이다. 그간 박병호는 포스트시즌에서 3개의 홈런만을 기록 중이었는데, 이 가운데 2개가 공교롭게도 니퍼트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니퍼트를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4번 타자의 자존심을 지켰다.

여기에 박병호는 결승 타점까지 올릴 뻔했다. 2-2 동점이었던 8회초 1사 1,3루, 박병호는 앤서니 스와잭을 상대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외야로 공만 보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몸쪽 공을 힘으로 잡아당겨 외야까지 공을 보내는 데 성공해 다시 넥센의 리드를 잡아줬다. 하지만 박병호는 팀 패배앞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김현수의 역할이 중요했다. 4번 타자로 출전하는 김현수는 올해 홈런 28개로 커리어하이를 찍었고, 그 가운데 12개가 잠실구장에서 나왔다. 올해 잠실 최다홈런은 김현수의 몫이다.
김현수 역시 2안타 멀티히트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무엇보다 9회말 2사 만루에서 값진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동점을 만들었다.

1회 첫 번째 타석 2사 1루에서 좌중간 안타로 주자를 3루까지 보냈던 김현수는 후속타 불발로 팀 득점까지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6회 김현수는 1사 2루 찬스에서 바뀐 투수 손승락을 상대로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2-3으로 끌려가던 8회말에는 1사 주자없는 가운데 우전안타로 출루했고, 오재원의 안타 때 3루까지 갔지만 홈을 밟지는 못했다. 그리고 9회말, 김현수는 2사 만루에서 제구가 흔들리던 조상우를 상대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cleanupp@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