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자리를 바꾼 두산 베어스의 테이블 세터가 위력을 발휘했다. 끝내 조상우를 상대로도 점수를 뽑아냈다.
두산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0회말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짜릿한 4-3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패배 직전에서 탈출한 두산은 시리즈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이날 두산 타선은 시즌 막판과 비교해 차이점이 단 하나였다. 1번 허경민과 2번 정수빈이 자리를 맞바꿔 정수빈-허경민 테이블 세터가 구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두산은 0-2로 뒤지던 흐름을 다시 팽팽하게 만들 수 있었다.
경기 전 "선발 라인업은 정규시즌과 비슷할 것이다"라고 말한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둘의 자리를 맞바꿨다. 시즌 막판 1번에 고정된 것을 비롯해 허경민이 올해 가장 많이 소화한 타순은 1번이었다. 정수빈은 허경민보다 1번에서 많은 타석에 들어갔지만 이번 시즌에는 전형적인 2번타자였다.
이들은 바뀐 위치에서 제 몫을 다했다. 우선 정수빈은 1회말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양훈으로 하여금 공 7개를 던지게 했다. 6회말에도 선두타자로 나온 정수빈은 10구 승부 끝에 좌전안타로 출루해 양훈이 6이닝을 채우지 못하게 만들었다. 7회말에는 외야 좌중간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로 2-2 동점에 기여했다.
허경민도 끈질기게 버티며 멀티히트를 해냈다. 1회말 공 6개를 본 허경민은 3회말에도 5구째를 받아쳐 좌전안타를 만드는 등 투수를 괴롭혔다. 6회말 무사 1루에서 우중간으로 보낸 안타는 팀의 첫 득점 발판이 됐다. 정수빈은 4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허경민은 4타수 2안타 1볼넷 활약을 했다.
그리고 이것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고의 투수 조상우에게도 통했다. 8회말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는 위기를 겪었지만 무실점했다. 하지만 9회말 1사 1루에서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9회말 정수빈과 허경민은 볼넷을 얻어 1사 만루를 만들었고, 2사에 김현수의 밀어내기로 동점을 이뤘다. 조상우는 2이닝 2피안타 2탈삼진 3볼넷 1실점 블론 세이브.
경기를 연장으로 이끈 두산은 구원 등판한 김택형을 맞아 10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뒀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테이블 세터의 위치 변화 하나가 엄청난 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