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여유로운 마운드 운용과 함께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웃었다. 반면 필승조를 총 투입하고도 패배한 넥센 히어로즈는 부담이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과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0-2로 끌려가던 경기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7회 2-2로 균형을 맞췄다. 8회에는 다시 실점으로 리드를 빼앗겼지만 9회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3-3 동점. 10회말 1사 2루에선 대타 박건우가 끝내기 안타로 짜릿한 손맛을 봤다. 두산의 뒷심 발휘는 마운드의 짠물 피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준 플레이와 같은 단기전에선 보통 마운드가 승부를 가른다. 선발의 활약, 그리고 불펜의 투입 시기 등이 승부를 결정짓기도 한다. 양 팀은 마운드가 전체적으로 강한 팀은 아니다. 두산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이 5.02로 리그 7위. 넥센은 4.91의 평균자책점으로 6위를 마크했다. 아울러 불펜 평균자책점은 두산(5.41)이 9위, 넥센(4.90)이 6위를 기록했다. 불펜에서 만큼은 넥센이 확실하게 앞서는 모양새다. 특히 넥센은 두산에 비해 확실한 필승조가 존재한다.

그러나 넥센은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부터 불펜 계산이 어긋났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선발 양훈(5⅓이닝 1실점)에 이어 손승락을 두 번째 투수로 등판시켰다. 손승락은 6회 위기를 넘겼지만 7회 2사 3루 위기에서 정수빈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2-2 동점을 허용했다. 2사 2루 위기에선 한현희가 등판해 허경민을 2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이후 3-2로 앞선 넥센은 8회부터 마무리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조상우는 지난 7일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도 3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지 못했다. 9회 들어 제구가 흔들렸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며 4사사구(3볼넷)를 남발. 9회말 동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넥센은 끝내 연장 10회말 박건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졌다. 이날 손승락이 1⅓이닝동안 33개의 공을 던졌다. 한현희는 아웃카운트 1개를 잡으며 투구수 3개. 조상우는 2이닝 동안 무려 48개의 공을 던졌다. 필승조 소모는 소모대로 하고 패배를 떠안았다.

반면 두산은 웃을 수 있었다. 우선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7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며 2실점으로 호투했다. 상대 선발(양훈)보다 1실점을 더 했으나 이닝 이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후 함덕주가 ⅓이닝 1피안타를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등판한 앤서니 스와잭은 안타와 희생 플라이로 함덕주의 책임 주자에게 홈을 허용했다. 하지만 스와잭은 2이닝 동안 24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불펜에서 중요한 임무를 해냈다.
3-3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후 등판한 이현승은 7개의 공으로 두 타자를 깔끔하게 범타 처리했다. 10회말엔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며 승리 투수가 되는 행운까지 얻었다. 스와잭이 불펜 요원으로 호투하며 두산의 마운드 운용 폭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두산은 함덕주가 투구수 4개, 스와잭이 24개, 이현승이 7개로 넥센 불펜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의 공을 던졌다. 당장 2차전 등판까지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필승맨은 부족했지만 상황에 맞게 올라온 불펜 투수들이 호투하며 1차전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또한 불펜 투수들의 소모도 최소화하면서 남은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불펜 싸움에서부터 앞서가기 시작한 두산이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