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 맞붙는 큰 경기에서는 운도 따라줘야 한다. 김현수(27, 두산)는 운도 투지가 만들어낸다는 것을 증명했고 넥센은 글러브를 외면한 공에 울었다.
두산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2로 신승하고 2승을 기록했다.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선점했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두산은 남은 3경기에서 1경기만 이겨도 NC가 기다리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13일 3차전에서 끝난다면 체력을 아낀 채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도 있다.
양팀 선발들이 몇 차례 위기에도 꾸역꾸역 초반 실점을 최소화한 채 중반에 들어섰다. 1점씩을 주거니 받거니 한 결과 5회말 돌입 전까지 점수는 2-2였다. 넥센은 4회까지 무려 101개의 공을 던진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를 빼고 5회부터 불펜 동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두산은 그 ‘전환기’를 놓치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갔다.

1사 후 김현수가 볼넷으로 물꼬를 텄고 양의지의 좌전안타, 민병헌의 우전안타가 터지며 1사 만루가 됐다. 여기서 넥센은 세 번째 투수로 손승락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그리고 이런 넥센의 선택은 맞는 듯 했다. 오재원이 친 3구는 중견수 방향으로 높게 떴다. 깊지 않은 타구였다. 이택근이 홈 승부를 생각할 만한 체공 시간도 충분했다. 판단에 따라 3루 주자는 태그업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올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현수의 선택은 ‘GO’였다. 이택근은 전력으로 홈을 향해 던졌다. 타이밍은 아웃이었다. 이택근의 송구는 비교적 정확했고 박동원은 공을 잡으려는 찰나 김현수는 홈으로 파고들었다. 정확하게만 잡고 태그했다면 아웃이었다. 그러나 공은 박동원 앞에서 생각보다 더 튀어 올라 글러브에 정확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 김현수는 몸으로 밀고 홈을 향해 쇄도했다.
결국 공은 옆으로 흘렀고 김현수는 홈에 손을 찍었다. 부상 위험이 큰 장면이었지만 1점이 급한 상황에서 팀의 간판타자인 김현수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결국 김현수는 좌측 무릎 및 발목 타박상으로 7회 수비 때 교체됐다. 선수보호차원이었다. 그만큼 위험한 장면에서 김현수가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투지는 결과적으로 이날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