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타자들의 인내심이 넥센 히어로즈 불펜을 소모시켰다. 이것이 승리의 시작이었다.
두산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넥센과의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악천후 속에 홈에서 2연승을 거둔 두산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단 1승만 남겼다.
이날 경기에서는 두산 타자들의 초반 인내심이 돋보였다. 처음부터 제구가 안정되지 못했던 넥센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는 1회초 7명의 타자를 맞이해 단 2명을 상대로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1회말 4개의 볼넷을 얻은 두산은 안타 없이 선취점을 올렸고, 피어밴드의 투구 수는 40개로 불어났다.

이후에도 두산 타자들을 끈질기게 피어밴드를 괴롭혔다. 포심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를 했지만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연속으로 보기는 쉽지 않았고,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지 않은 두산 타자들은 침착하게 공을 기다리면서 공격에 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피어밴드는 4이닝만 마치고 투구 수 101개를 기록한 채 2실점하고 물러났다.
그러면서 넥센은 5회말부터 불펜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바뀐 투수 하영민을 공략해 1사 만루 찬스를 만들면서 다소 이른 시점인 5회에 손승락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찬스에서 7번 오재원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얻은 것이 전부였지만, 이것 결승타가 됐다.
전날 1차전에서 조상우가 48개, 손승락이 33개를 던진 넥센은 선발 피어밴드가 최대한 길게 가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경기가 생각과 다르게 흐르면서 손승락을 일찍 내는 방법 외엔 도리가 없었다. 조상우는 불가피하면 짧게 쓰겠다는 방침이었지만, 3차전 이후도 대비해야 하는 만큼 가능하면 아껴야 했다.
그랬기에 5회초에 하영민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만루 상황을 만드는 시발점이 됐다. 두산은 2경기를 통해 많은 점수를 뽑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두 번 모두 접전 속에 승리하는 과정에서 넥센의 불펜 필승조까지 소진시키는 부수입까지 얻었다.
반면 두산 선발진(더스틴 니퍼트, 장원준)은 13이닝을 합작하며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QS)를 달성했다. 하루 휴식을 취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불펜의 피로도 면에서 두산은 확실한 이점을 지녀 3차전 이후의 승부에서도 유리한 조건 속에 싸울 수 있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