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신인왕을 다퉜던 이승현(23, 오리온)과 김준일(23, 삼성)이 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성장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10승 1패)는 11일 9위 원주 동부(4승 7패)를 80-74로 물리치고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오리온은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돋보인 선수는 국가대표팀에서 돌아온 빅맨 이승현이었다. 그는 1쿼터에만 10점, 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다. 3점슛까지 두 개를 성공시킨 내외곽의 맹활약에 동부는 전혀 기를 펴지 못했다.

이날 이승현은 14점, 10리바운드, 1블록슛을 기록하며 애런 헤인즈(23점, 11리바운드)와 함께 가장 잘했다. 아무리 김주성이 부상으로 빠졌다지만 로드 벤슨(21점, 13리바운드, 2블록슛)과 윤호영(14점, 5리바운드)이 버틴 ‘동부산성’을 상대로 이승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복귀 후 2경기서 이승현은 평균 15점, 7.5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아직 기준기록을 채우지 못했지만 이승현의 기록은 국내선수 득점 3위, 리바운드 1위에 해당된다. 이승현보다 득점력이 높은 국내선수는 이재도(16.4점)와 문태종(15.8점) 단 둘 뿐이다.
김준일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 라이벌 SK를 맞아 김준일은 22점, 6리바운드를 맹폭했다. 김민수의 부상까지 겹친 SK는 김준일을 제어하지 못했다. 김준일은 부드러운 점프슛과 골밑슛을 무기로 13개의 2점슛 중 9개를 적중시켰다. 리카르도 라틀리프(21점, 13리바운드)와 문태영(15점, 5리바운드)까지 가세한 삼성은 리그최강의 프론트코트 지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삼성은 꼴찌의 수모를 당했다. 김준일은 평균 13.8점, 4.4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신인왕을 이승현에게 내줬다. 팀 성적에서 뒤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김준일은 ‘소년가장’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다. 라틀리프와 문태영의 가세로 김준일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었다.
올 시즌 오세근은 불법스포츠도박으로 징계를 받고 있다. 김주성도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다. 이승현과 김준일, 함지훈(평균 12.6점, 5.4리바운드, 5.8어시스트) 세 명이 사실상 국내최고 빅맨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는 모양새다. 젊음을 앞세운 이승현과 김준일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특히 이승현은 아시아선수권에서 하메드 하다디, 이젠롄 등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해본 뒤 플레이에 부쩍 여유가 생겼다.
이승현은 “사실 힘은 나보다 (김)준일이가 더 세다. 준일이를 보면 정말 웨이트 중독자 같다. 준일이와 함께 뛰면 그렇게 서로 잘 맞을 수가 없다. 다음에 국가대표팀에서도 함께 뛰고 싶다”며 ‘절친’ 김준일 자랑을 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국가대표팀도 힘 좋은 김준일의 빈자리를 크게 느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아직 맞대결이 없다. 올 시즌 오리온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 삼성이다. 삼성은 9월 27일 1라운드 승부서 82-81로 오리온을 잡았다. 김준일은 16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이승현 없는 골밑을 휘저었다. 오리온과 삼성은 오는 11월 1일 잠실에서 2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한층 더 성장한 이승현 대 김준일의 대결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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