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준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정규 시즌 내내 불을 뿜었던 타선은 단기전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선 흔히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정규 시즌에서 활약했던 선수가 그 상승세를 포스트시즌까지 잇기도 한다. 또한 중심타자 혹은 에이스 투수가 아닌데도 깜짝 활약을 통해 주연으로 우뚝 서기도 하는 게 가을 야구다. 넥센 역시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흔히 말하는 ‘미친 선수’들이 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 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선 타자들의 활약이 돋보이지 않고 있다.
넥센의 최대 장점은 단연 팀 공격력이다. 올 시즌 팀 타율 2할9푼8리(2위), 팀 홈런 203개(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팀 타율 2할9푼8리(2위,) 팀 홈런 199개(1위)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한 넥센인데, 40홈런을 친 강정호가 빠졌음에도 공격력은 여전했다. 또한 한 시즌 팀 200홈런은 역대 5번째의 기록. 144경기로 늘어난 점도 있었지만 올 시즌 유일하게 200홈런을 돌파한 팀이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공격’이라는 팀 컬러가 나오지 않고 있다. 확실하게 활약해주는 선수가 없다. 지난 10일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팀 안타가 5개에 불과했다. 상대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구위가 좋았다. 박동원, 벽병호가 각각 솔로 홈런 1개씩을 친 것은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화끈하게 터지지 못했다. 리드오프 서건창은 무안타로 침묵했고, 3번 타자 이택근이 1안타, 유한준이 무안타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매번 좋은 모습을 보였던 브래드 스나이더도 삼진 2개 포함 무안타로 기대 이하였다.
2차전에서도 힘을 못쓰긴 마찬가지였다. 중심타선의 부진이 아쉬웠다. 넥센은 서건창이 부진하자 고종욱을 1번 타자로 낙점했다. 고종욱은 2안타, 서건창 1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택근(4타수 무안타), 박병호(3타수 무안타), 유한준(3타수 무안타)의 클린업 트리오는 1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2-3으로 뒤진 8회초 1사 2,3루 절호의 찬스에서 무안타로 침묵하며 끝내 패했다. 이날 멀티 히트는 고종욱이 유일했다. 7안타 2득점의 빈공.
단기전 특성상 대량 득점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넥센의 공격력은 지난 포스트시즌에 비해 약하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한 시리즈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이 있었다.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선 김민성이 1경기 7타점의 활약을 비롯해 4경기서 타율 4할5푼5리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는 4경기서 타율 5할3푼3리 2홈런 4타점으로 좋았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선 유한준이 6경기 타율 3할3푼3리 2홈런 5타점의 활약. 그러나 올 시즌 준 플레이오프에선 영웅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 역시 11일 2차전에서 패한 후 “우리는 타격의 팀인데, 1,2차전을 하면서 타격의 실마리가 안 풀려 어렵게 가고 있다”면서 “목동으로 가서 다시 넥센 다운 야구로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말했다. 벼랑 끝에 몰린 넥센으로선 타선이 터져줘야 한다. 무엇보다 3차전이 펼쳐지는 목동구장에서 ‘미치는 선수’가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