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벤치 클리어링, 어떤 영향 미쳤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10.12 06: 04

가을야구는 축제이자 전쟁이다. 매경기가 결승전과 다름없어 정규시즌보다 긴장감이 두 배로 높아지고 예민해진다. 그래서 종종 예기치 못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기도 한다.
11일 열린 두산-넥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두산이 3-2로 리드한 8회초 넥센 공격 무사 1·2루에서 투수 앞 번트를 댄 서건창이 1루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2루수 오재원과 언쟁이 붙었다. 1루 부근에 양 팀 선수들이 모여 대치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기 후 넥센 염경엽 감독은 "두산에서 자꾸 자극하는데 깨끗한 야구를 하고 싶다"고 작신 발언을 했다. 미묘한 신경전을 유발하는 벤치 클리어링은 시리즈 저체 승부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포스트시즌 벤치 클리어링이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 2005년 삼성-두산 한국시리즈 2차전(대구구장)

1-1 동점으로 맞선 7회말 2사 1루. 삼성 1루 주자 김재걸이 조동찬의 좌익선상 살짝 벗어나는 파울 타구를 페어라고 판단해 홈으로 전력 질주했다. 그러나 홈에서 두산 포수 홍성흔과 충돌하며 말다툼했다. 이에 두산 1루수 장원진이 말리던 도중 김재걸의 가슴을 밀치며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대치했다.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충돌이라 난투극으로 번지지는 않았고, 김재걸이 경기 후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이날 경기는 삼성이 연장 12회말 김종훈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고, 결국 시리즈 전적 4전 전승으로 퍼펙트 우승을 확정지었다.
▲ 2007년 두산-한화 플레이오프 2차전(잠실구장)
두산이 8-4로 앞선 8회말. 한화 구원 안영명이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이종욱의 등을 정면으로 맞히는 사구를 던졌다. 8회초 한화 이도형이 두산 이승학의 공에 머리를 맞은 직후라 빈볼을 의심케 했고, 양 팀 선수들이 우르르 그라운드에 나왔다. 한화 베테랑 구대성이 상황을 정리하며 큰 충돌로 연결되지 않았다. 한화는 1차전에 이어 이날 2차전까지 무기력하게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벤치 클리어링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객관적 전력 열세를 딛지 못하고 3차전도 완패, 두산에 시리즈 전적 3전 전패로 물러나야 했다.
▲ 2007년 SK-두산 한국시리즈 2~3차전(문학-잠실구장)
가을야구 사상 최대의 벤치 클리어링으로 기억되는 게 2007년 한국시리즈. 문학 2차전에서 6회초 SK 투수 채병룡의 3구째 몸쪽 공이 두산 타자 김동주의 팔꿈치를 맞힌 게 1차 충돌이었다. 결국 잠실 3차전에서 난투극으로 번졌다. 두산이 0-7로 뒤진 6회초 투수 이혜천이 SK 정근우를 맞힌 데 이어 김재현에게도 등 뒤로 빠지는 빈볼을 던지며 불이 붙었다. 모든 선수들이 뛰쳐나와서 엉겨 붙은 가운데 두산 김동주와 다니엘 리오스가 극도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SK는 2연패를 당한 후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한 3차전부터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한국시리즈 최초 1~2차전 연패 후 우승의 반전을 연출했다. 벤치 클리어링으로 분위기가 바뀐 결과였다.
▲ 2009년 KIA-SK 한국시리즈 3차전(문학구장)
SK가 4-0으로 리드한 4회말 KIA 투수 서재응과 SK 타자 정근우 사이에 앙금이 터졌다. 4회말 2사 후 투수 앞 땅볼을 친 정근우가 1루로 뛰어가다 물러나는 중 서재응과 맞붙었다. 이미 정규시즌에도 사구 문제로 한 차례 충돌을 빚은 두 선수의 해묵은 감정이 폭발했다. 시리즈 도중 사인 훔치기 문제로 양 팀 선수단 전체가 예민해져 있었다. KIA 베테랑 내야수 김종국이 극도로 흥분, 양 팀 선수들이 벤치 클리어링으로 대치했다. 공교롭게도 1~2차전에 패한 SK는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난 3차전 승리로 반격, 시리즈를 7차전까지 대등하게 이끌어갔다. 승자는 7차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터진 KIA였다.
▲ 메이저리그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을야구에 벤치 클리어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 3회말 야시엘 푸이그가 아담 웨인라이트의 공에 맞은 게 발단이었다. 이어 다저스의 후속 타자 애드리안 곤살레스가 세인트루이스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 설전을 벌이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결국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쏟아져 나와 대치했다. 이에 앞서 2013년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서 다저스 핸리 라미레스가 세인트루이스 조 켈리의 사구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 그러나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패해 2년 연속 세인트루이스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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