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선수 가운데 경찰청 복무 후 새 삶을 살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팬들 사이에서 경찰청은 두산의 또다른 팜시스템이라 불릴 정도다. 롯데에서 이적한 장원준을 제외한 진야곱(이상 투수), 최재훈, 양의지(이상 포수), 허경민(내야수), 박건우, 민병헌(이상 외야수) 등이 경찰청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팀내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서 경찰청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박건우는 1차전 승리의 주역. 3-3으로 팽팽히 맞서던 연장 10회말 1사 2루에 대타로 출전한 박건우는 김택형을 공략해 외야 우중간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로 승부를 결정했다. 데뷔 첫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된 박건우는 자신의 포스트시즌 데뷔 타석을 끝내기 안타로 장식했다.
"김택형의 공이 좋아 빠른 공을 노리고 갔는데 정신이 없었다. 왼손 투수 공이라 조금 꺾여 들어와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 분석할 때 김택형이 몸쪽 공을 많이 던진다고 해서 몸쪽을 보고 들어갔다"는 게 박건우의 소감이다. 허경민도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4-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장원준은 2차전의 영웅. 6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으며 리그의 대표적인 좌완 선발로 자리매김한 그는 이날 선발 마운드에 올라 6이닝 2실점(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노경은, 함덕주, 이현승 등 계투진이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롯데 시절 포스트시즌 통산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14로 부진했던 장원준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퀄리티 스타트 달성과 더불어 첫 선발승으로 가을 악몽에서 벗어났다. 장원준은 "가을에 약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이번에 그 이미지를 벗고 싶었는데 운이 좋게 좋은 투구를 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민병헌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차전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민병헌은 경기 후 배팅볼 500개 넘게 친 뒤 집으로 향했다. "나만 못해서 부담도 조금 있다. 그래서 덤벼든 것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테니스나 골프였으면 나만 못하면 그만인데 팀이 이겨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날 6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민병헌은 2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으로 3-2 승리에 이바지했다. 데일리 MVP는 민병헌의 몫이었다. 첫 타석부터 찬스가 왔지만 민병헌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선취점을 만들었고 이후에도 멀티히트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장원준이 제 역할을 해줬고, 필승조도 잘 해줘서 이긴 것 같다"며 "민병헌은 타순을 6번으로 내렸는데, 이렇게 민병헌답게 해줘야 한다. 민병헌이 자리를 잡고 있어야 힘이 생긴다"고 박수를 보냈다. /what@osen.co.kr
박건우-장원준-민병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