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한나한, “절실한 선수들, 꼭 돕고 싶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10.12 15: 52

LG 트윈스에서 외국인타자로 활약했던 잭 한나한(35)이 이천 챔피언스필드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이유를 전했다.
한나한은 지난 9일부터 2주 동안 루이스 히메네스 이병규(7번) 오지환 채은성 문선재 김용의 등에게 타격 기술과 마인드를 전달 중이다. 한나한은 타격 인스트럭터로서 자신이 지닌 모든 노하우를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12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한나한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떠날 때 은퇴 가능성을 이야기했었다.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은퇴를 결심한 것인지 궁금하다.

“야구선수에게 은퇴를 결정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 상태를 묻는다면 은퇴했다고 하는 게 맞다. 야구를 계속하고 싶지만 힘든 상태다. 지금 내가 해야하는 일은 여기에 있는 LG 선수들을 최선을 다해 지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인스트럭터 일을 마친 후 재활 프로그램을 한 번 더 해볼 계획은 갖고 있다. 이후 내년 1월 1일에 정말 은퇴를 할지 결정할 생각이다.”
지난 6월 중순 한국을 떠나고 나서 어떻게 지냈나. 그리고 어떻게 다시 한국에 오게 됐나.
“정말 이상하고 낯선 시간들이었다. 15년 동안 야구를 했기 때문에 7월 내내 가족들과 있는 게 처음이었다. 몸은 편했으나, TV로 야구를 보고만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다가 LG 트윈스 통역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팀 젊은 타자들을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고, 흔쾌히 해보겠다고 했다. 한국을 좋아하고 LG 트윈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해보고 싶었다.”
메이저리그에선 타격보다는 수비로 인정받는 선수였다. 조금은 의외다.
“4할을 치는 타자도 없고, 골드글러브 50개를 받는 야수 또한 없다. 무엇을 가르치는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LG에서 타격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타격 인스트럭터로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타격은 메카닉을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선수마다 타격 메카닉은 다 다르다. 내가 중점을 두는 것은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메카닉이 어떤지 알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선수로만 뛰었다. 처음 코치를 낯선 한국에서 하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나 또한 처음 오퍼를 듣고 놀라긴 했다. 문화 차이란 게 있으니까 두려움 또한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좋고, LG의 어린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내가 조금이라도 LG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2주 만에 많은 것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백순길 단장이 LG를 이기는 팀으로 만들고 싶어 했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함께 하게 된 루이스 히메네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에서 함께 뛴 적은 없었다. 첫 인상은 굉장히 좋다. 분명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향상될 부분이 아주 많다.”
히메네스와 타격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당신이 날카로운 선구안과 인내심을 갖고 있다면, 히메네스는 적극적이다. 스윙도 당신은 간결하다면, 히메네스는 크고 강하다.
“타격 스타일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투수가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타자 역시 적극적으로 반응해야만 한다. 반대로 변화구를 통해 나를 엮으려고 하면, 그 때는 또 참을 수 있어야 한다. 히메네스와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투수를 공략해야할지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도하면서 LG 젊은 선수들에게 느낀 점이 있다면?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하다. 질문도 계속한다. 한국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더 향상되고 싶어한다. 내가 선수로 LG에 있을 때도 그랬다. 후배들이 항상 나를 비롯한 선배들에게 질문했다.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LG에 왔다. 절실한 선수들을 꼭 도와주고 싶었다. 이게 내가 LG로 돌아온 이유다.”
기술 외에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자신감이다. 타격은 어렵다. 실패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자신감을 잃기도 쉽다. 하지만 자신감이 없으면 절대 좋은 타격을 할 수 없다. 10타수 무안타라도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서야만 한다. 자신감과 준비자세 두 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자는 자신감을 갖고 상대 투수와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
메이저리거로 활약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타자들을 꼽아달라.
“켄 그리피 주니어, 마이크 스위니, 조이 보토, 마이클 블랜틀리, 프랭크 토마스를 꼽고 싶다. 알겠지만, 다섯 명 모두 타격 스타일이 다르다. 그런데 다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자신감이 있고 꾸준하다. 10타수 무안타, 20타수 무안타를 쳐도 매일 똑같이 인사하고 웃는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타자는?
“이병규(7번) 박용택 나성범 박병호다. 오지환 또한 야구선수로서 매력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계속 LG에서 일할 수도 있는 것인가?
“모르겠다. 사실 미국에 돌아가고 나서 몇몇 구단으로부터 오퍼도 받았다.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야구를 많이 했고, 메이저리그에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들과도 함께 뛰어봤다. 어디서든 내가 선수로서 얻은 노하우를 잘 전달하고 싶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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